“민간모펀드 이대론 안된다”…목소리 높아지는 VC업계

민간 벤처모펀드 도입에 대한 벤처투자업계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세제 혜택이 기대보다 한참 적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 재정을 통한 모태펀드 출자 규모 역시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추가 출자 유인을 이끌 동력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업계는 민간모펀드에 대한 세제혜택과 인센티브를 현 수준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이달 중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내건 세제혜택 수준이 민간 추가 출자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민간모펀드 도입에 따른 운용이나 관리상 혜택 등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민간 벤처 모펀드 출자액은 60% 또는 실투자액 가운데 큰 금액에 5%, 투자증가분 3%까지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최대 8%인 현 수준 세제 혜택만으로는 민간 추가 출자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업계 목소리가 줄곧 이어졌지만 정부 방침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방안 그대로였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 출자와 투자가 이뤄졌던 최근 3년간 투자증가분을 제외하면 벤처펀드에 신규 출자하는 기업이 아닌 이상 대부분 5% 수준 세제혜택을 받는 것이 고작일 것”이라면서 “파격적인 수준의 세제혜택이 아니라면 기존 자펀드 출자금을 민간모펀드 출자로 돌려 결국 그밥에 그나물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벤처투자업계는 민간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역력하다. 그나마 기대했던 세제혜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재정 기반 모태펀드와 차별점도 없어서다. 당정에 건의문 제출을 검토하는 것도 하루 빨리 불확실성을 줄여달라는 요구다.

실제 지난해 민간모펀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세부 운영방안이나 인센티브는 전혀 구체화되지 않았다. 여기에 모태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까지 민간모펀드 업무집행사원(GP)을 맡겠다고 하면서 업계 혼선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재정 기반 모태펀드와 달리 민간모펀드라면 전략적 차원의 출자사업에 대한 기획 능력을 갖춘 운용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혀 없다”면서 “민간모펀드 도입이 재정 투입에 따른 부담을 민간으로 이전하는데 불과하다는 시각을 업계가 거두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간모펀드에 퇴직연금 출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벤처투자업계에서 나오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벤처투자시장 주요 민간 출자자인 금융권과 대기업이 벤처캐피털을 자체 설립하며 외부 출자 여력이 줄고 있는 상황 역시 일선 VC가 느끼는 위기감을 키운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장기 투자자산인 퇴직연금 일부를 민간모펀드에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 수익성을 높이거나 출자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특례를 제공하는 등 신규 자금을 유입할 파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벤처투자가 늘어날수록 결국 우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늘어나는 결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모펀드 이대론 안된다”…목소리 높아지는 VC업계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