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점포 개발 미루고 내실부터 다진다

세븐일레븐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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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이 외형 성장을 미루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지난해 한국미니스톱 인수 이후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무리한 신규 점포 개발 대신 기존 점포 경쟁력을 높이고 미니스톱 점포 전환에 역량을 결집한다. 연내 미니스톱 통합과 체질 개선 작업을 마친 후 내년도 반등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최근 지역별 점포 개발 인력을 일부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점포 개발은 신규 매장 입지를 분석하고 출점하는 업무다. 조정된 인력은 기존 점포 관리, 미니스톱 점포 전환 등 타 업무에 배치된 것으로 관측된다.

세븐일레븐 점포 수도 순감소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1만4120개로 전분기 대비 145개 감소했다. 최근 3년 사이 점포 수 순감소를 기록한 것은 CU·GS25·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를 통틀어 세븐일레븐이 유일하다. 지난해 4분기에도 세븐일레븐 전체 점포 수는 전분기 대비 11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이마트24 점포 수는 76개 늘어났다.

편의점 산업에서 점포 수는 경쟁력의 척도다. 많은 점포를 확보할 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 조정과 점포 수 추이는 세븐일레븐이 신규 점포 개발 대신 기존점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나타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인력 조정이나 업무 재배치는 수시로 있는 일”이라며 “미니스톱 통합과 함께 체질 개선 작업을 병행하면서 점포 수가 줄어든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 수정 배경에는 미니스톱 인수가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초 미니스톱 지분 100%를 약 3134억원에 인수했다. 약 2600개의 미니스톱 점포를 확보해 CU·GS25와 편의점 3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였다. 다만 인수 이후 통합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점포 전환을 위한 리모델링 비용, 임직원 급여 등 판매관리비 부담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49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23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늘었다. 부채 또한 2조원을 넘어서며 부채 비율이 300%를 돌파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코리아세븐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변경했다.

하반기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통합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2분기 개시한 미니스톱 점포 전환 작업은 약 70%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미니스톱 점포가 전환을 원치 않을 경우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과감히 포기하는 방침도 수립했다. 신규 점포 또한 고매출이 예상되는 우량 점포 위주로 신중하게 출점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븐 입장에서는 미니스톱 점포를 경쟁사에 뺏길 경우 인수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수익성 개선과 미니스톱 통합 작업에 역량을 집중해 내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