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달리는 말(言)은 지켜보기

김형태 성균관대 인공지능기업협력센터 기획본부장
김형태 성균관대 인공지능기업협력센터 기획본부장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현재 인공지능(AI)만큼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기업은 이를 업무 연계와 수익 창출 등에 어떻게 활용할 지 연구하고, 대학생은 학습과 리포트 등에, 중·고교생은 공부 등에 당연한 앱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구글 AI 챗봇 '바드'를 영어 이외 언어로 한국어를 우선 지원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적 기업 경쟁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 연구를 인용하며 미국과 유럽의 직업 중 3분의 2는 AI에 노출돼 있다고 했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총생산량 7%를 증가시킴과 더불어 기존 시스템의 심각한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현재 나온 AI 모델은 대부분 '언어'를 다루고 있어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 서비스 제공자, 회계감사, 정보처리 관련 직업 등 고임금 지식 노동자에게 직접적 타격이 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사이버 범죄자가 대화형 AI를 사용해 빠른 해킹 도구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안 연구자들의 말을 인용해 경고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기존 사이버 범죄는 대화 유도나 사기 기술이 당사자 언어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냈다면 현재는 인간보다 훨씬 더 정교한 대화문을 만들어 주는 AI가 모두의 손에 쥐어졌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책 마련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속성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이 발명의 동물인 이유는 간단하다. 효율성은 게으름과 상관관계이기 때문이다. 달려서 목적지에 가는 것보다, 바퀴 달린 도구를 이용해 도착하는 것이 덜 힘들고 빠르다. 이같이 인간은 편함을 추구하는 동물인 만큼, 손에 쥔 편리한 도구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AI가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만큼 더욱 보편화되기 전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 차가 발명되면 길을 만드는 만큼, 차 성능에 따라 도로교통법이나 감시 카메라의 기능도 발달해야 한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만들어질수록 자본주의 시장 규제나 감시도 같이 발전해야 그라운드 안에 있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수다. AI 기준을 만들려면 시민의 관심과 함께 관련 전문가 참여, 토론의 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관심은 교육의 양과 질의 확대하고도 연결된다. 경기 수원시가 최근 공무원을 선발하며 챗GPT 실무교육을 진행한 것도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의 올바른 지식 함양과 더불어 시민 활용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좋은 취지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주권 개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생성되는 수많은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호기심, 관심, 질문 등은 모두 외국계 회사 서버가 데이터 수집을 통해 흡수하고 있다. 편리함 때문에 이용만 한다면 알게 모르게 세계인들의 개인정보가 특정 회사에만 유입되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우리가 주고 있는 데이터가 그들을 키우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견제는 상호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국 관련 기업 육성 및 지원방안도 정부와 국회 차원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주도 '챗GPT 시대 대응과 과제 좌담회'에서 “기술 발전은 피할 수 없고, 선도하거나 잘 활용해 유용한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은 그 자체로 잘 베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요리사가 가지면 훌륭한 조리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쥐면 상해 도구가 된다. 누구 손에 쥐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필요하다.

走馬加鞭(주마가편), 달리는 말을 더 잘 달리게 하려면 채찍질도 해야 하지만 제대로 옳은 방향으로 달리게 하기 위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성균관대 인공지능기업협력센터 기획본부장 kht0715@skku.edu 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