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 하나 학문에 기반을 두는 모습은 버려야 합니다. 다양성을 갖추고, 생각을 전환해 이전에 없던 융합을 이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제1 세계 한인과학기술인대회(한과대)'에 참석, 자리를 빛낸 세계적인 석학 조남준 남양공대 교수는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학계와 연구계에 필요한 변화 모습을 일러줬다.
조 교수는 먼저 단 하나의 학문에 기반을 두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그 스스로가 자신의 행적으로 입증하는 말이다.
조 교수는 토목공학 학사, 재료공학 석사, 화학공학 박사를 거쳐 의대과정까지 밟았다. 다양한 성과를 냈는데, C형 간염 바이러스(HCV) 퇴치 연구에 힘써 유명세를 얻었고, 최근에는 '꽃가루' 입자를 친환경 종이제조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 적용하는 연구성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조 교수는 “본래 화학공학에서 다루는 지질(조직 유기화합물) 분야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료를 알아야하고, 또 그 응용은 의대에서 이뤄진다”며 “한 학문에만 집중하는 기존 시스템에서는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단 하나 학문에 머물렀다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조 교수는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자신의 길을 설계하라'고 말한다 했다. 그는 “꿈을 이루려면 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의과학대학원, 의사과학자 논의도 그래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의학 관련 문제를 아는 것은 의사, 관련 솔루션을 풀어가는 것이 공학자”라며 “둘이 맞닿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야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는 '크로스 이코노미(Cross Economy)'를 강조했다.
다양성 확보도 강조했다. 그동안의 말들은 곧 다양한 학문의 융성에 기초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튬'을 예로 들었다. 그는 “80년 전에는 먼지, 모래였는데 지금은 금보다 가치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런 잠재성을 가진 물질이 우리가 모를뿐,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지금 쓸모 없어도 계속 이를 연구하는 생각의 전환, 생각의 자유로움이 새로운 길을 마련케 한다”고 말했다.
한과대가 중요한 하나의 계기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한과대와 같은 소통의 장에서 우리나라가 해외의 장점을 배우고, 또 해외 인사들도 장점을 배워간다”며 “함께 모여 토의하고, 무엇이 서로 다른지를 보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부족한 일”이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또 우리 학계 발전을 위한 조언도 했다. 학계가 연구 역량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보다 경쟁하고, 엘리트 교원을 모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교수 임용만 된다면 급여를 비롯한 다양한 조건이 모두 같다”며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은 경쟁을 위한 동력을 더하는 것이 약하다는 것으로, 교수들 스스로도 자신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라도 이런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