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이 경기 불황 해법 중 하나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제시했다.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고 글로벌 시장 블록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엑스포가 신시장 개척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 열린 '제46회 제주포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커다란 시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역과 기술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인에게 부산 엑스포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헤게모니 갈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점차 쪼개져 블록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럴수록 부산엑스포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고 역설했다. 부산엑스포를 통해 신흥국의 난제를 우리 기술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 기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지금은 더 나빠지지 않고 유지하며 흘러가는 상황으로 다시 상승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2~3년의 얘기가 아니라 6개월, 1년 사이에 벌어질 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도 바닥을 찍었다는 데에 공감대를 표했다. 지금 위기 상황에 대해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반도체 시장 사이클에 따라 회복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보다 빨라지고, 진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수요감소와 불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팬데믹 당시 가전과 SW 등 모든 부분 수요가 폭발했고, 지금 앤데믹 시대에선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 현지 규제 강화 등 대해서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기업과 시장에 개입하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다른 열강으로 퍼져가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게임 룰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 역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원팀 체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과 정부가 단순히 규제개혁과 지원의 문제를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목적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포럼 둘째날인 13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 조기정착'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혁신작업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 회장은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할 것”이라며 “지금 어려운 상황에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동반자로서 서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시너지가 나오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