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제 개편 룰 합의 기한을 오는 15일까지로 못 박았지만, 여야가 정쟁에 휘말려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당별 정치적 셈법이 복잡한데다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 사실상 7월 임시국회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13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으나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한발짝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조율과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규명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꺼내든 국정조사, 쟁점 법안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데 집중됐다.
김 의장은 이날 “선거법 개정이 7월 중 끝나야 8월 중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고, 9월 정기국회부터는 다른 의안 처리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이달 말까지 정치적 합의를 완전히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양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극적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에서 빨리 입장을 정리해서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취지에 맞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여야가 책임감 있게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의장은 이달 초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발족시켜 이달 15일까지 여야가 선거제 개편 협상을 마무리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본 오염수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각종 대형 이슈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농촌 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여야가 지정한 대도시들에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비례성을 높이는 것을 각각 선호하고 있다. 다만 양당 모두 아직 당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못해 당론으로 정하진 않은 상황이다.
특히 비례의석 수는 지역구 의석 수와 연동되는 상황이라, 각 정당별·지역별로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당 지도부의 '결단'이 없으면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당내에서도 공회전할 공산이 크다. 현재 김기현 대표는 지난 10일부터 미국 순방 중으로 양당이 논의테이블에서 결판을 짓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및 적용 절차를 고려해 요구한 합의 마감일은 10월 12일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기한내 극적 합의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양당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다 국정감사 등 하반기 중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할때 연말에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의장의 강한 드라이브도 선거제 개편을 위한 추진 동력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계속 논의를 이어나가겠지만 양당 지도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특히 비례대표제를 두고 양당의 노선이 크게 갈려 극적 타결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