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술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에 맞는 서비스 차별화와 프로세스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용자 확대로 이어지면 기업 가치상승과 투자유치가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종착점이 아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현실적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비자가 핀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 제약없이 생활금융에 접근하길 원한다. 낮은 대출금리나 높은 예금상품이 있다면 주저없이 선택한다. 덤으로 주어지는 포인트나 쿠폰 같은 혜택에도 눈이 높다.
국내 핀테크는 소비자의 이런 니즈를 해결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핀테크는 크게 두 가지 혁신을 주도했다. 하나는 간편결제로 불리는 결제 혁신이다. 대면과 비대면, 지갑소지 여부에 관계없이 편리한 결제를 제공하고, 신용카드 없이도 현금충전과 적립 포인트로 상품 구매가 가능토록 했다.
두번째 혁신은 자산소비관리다. 합리적 관리를 위한 적절한 조언과 딱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투자성향에 따라 자동투자가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와 몇천원으로 가입이 가능한 소액보험도 등장했다.
이처럼 지급결제와 자산관리는 핀테크가 금융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됐다. 기존 금융사의 복잡한 절차, 높은 수수료, 접근의 어려움 등 사용자경험을 제한하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동일한 배경 아래 빅테크가 등장했다. 그들은 전통금융이 주도한 금융생태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빅테크가 금융을 접목한 것은 본체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부가서비스 일환이었다. 거대 사용자를 이미 보유한 빅테크는 성장경로가 달랐다. 간편결제로 금융 초석을 다진 후에는, 충성고객과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은행, 증권, 보험 등 전선을 확대했다.
반면 핀테크는 금융시장에 첫 발을 뗀 이후, 수익원 창출이란 높은 장벽에 직면해 있다. 요즘 같은 경제환경 속에서는 핀테크의 매출 실현에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만약 매출이 담보되지 않으면 추가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핀테크 성장은 이용자 수와 양질의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이것이 충족되면 수익모델의 다원화도 기대할 만하다. 그런데 대부분 핀테크는 금융상품의 중개 또는 운용 수수료로 버티고 있다. 대출, 보험, 예적금 등 상품을 스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나 수수료 매출도 난관이 존재한다. 불필요한 단계 축소 등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금융내역을 미리 알고 분석해야 한다. 금융정보가 부족한 핀테크는 고객 동의 아래 필수 정보를 수집 분석하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인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소규모 핀테크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상품중개에 대한 금융사와의 제휴도 녹록치 않다. 신뢰도 있는 핀테크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개수수료가 핀테크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매출원이지만 빅테크 및 금융권의 경쟁으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이쯤 되면, 핀테크는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해 볼 수 있는 단계다.
최근 정부는 혁신적 메기를 투입해 금융권의 건전한 성장을 촉진하고자 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신규플레이어 참여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자금력과 성장 시간이 필요한 핀테크가 도전을 하기에는 아직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핀테크가 처한 상황과 성장 단계를 고려할 때, 적절한 규제 완화와 특정 금융을 유연하게 하는 스몰라이선스 부여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