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격화된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11시 기준 집중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8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40명, 실종 9명, 부상 34명이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이곳에서만 사망자가 13명이나 나왔다.
최근 장마철 호우 양상이 변하면서 수해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를 이르는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새로 도입했을 정도다.
하지만 장마철 피해를 입을 때마다 기상 탓만 할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피해는 감수하더라도 보다 정교한 대처로 인재를 막아야 한다. 최근 수년간 장마철마다 지하도 침수사고가 반복됐다. 지난 2020년에는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있었고, 지난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 사고가 있었다. 매년 사고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만, 대응은 제자리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도 인재나 다름없다. 침수 원인이 된 미호강 수위와 관련해 사고 훨씬 이전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사고 약 2시간 전에는 수위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수해 피해 대응을 사람에게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 인프라에 센서, 통신, I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면 침수로 인한 교통 피해를 사전에 예측하고, 교통 통제 등과 연계할 수 있다. IT 강국 장점을 살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