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家 상속 분쟁 소송 첫 재판...구 회장 측 “문제 없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구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양측 법률대리인은 제척기간과 녹취록 유효성을 둘러싼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9시50분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씨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3명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원고·피고 모두 불참한 가운데 양측 법률대리인만 참석, 증거와 증인 신청에 대한 합의와 입증계획 등을 정리했다.

향후 재판 과정을 합의하는 변론준비기일임에도 양측은 유언장 인지 여부, 제척기간, 증거 유효성 등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세 모녀 측은 상속 재산 분할 과정에서 유언장이 없었다는 점을 인지 못 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 회장 측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주장 역시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2022년 5월경 인지했다는 점에서 제척기간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상속회복 청구권은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원고 측은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가 구연수씨를 제외한 일부 상속인만 이뤄졌고, 나머지 협의에 참여한 상속인들도 정확한 이해와 동의가 없어 무리가 있다”며 “원고는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해서 협의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 회장 측은 4년 전에 합의를 거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8년 12월 이미 상속 재산에 대한 분할이 모두 이뤄진 만큼 제척기간도 지났다는 주장이다.

구 회장 측은 “원고 측 모두 구체적인 분할 내용에 대해 완전히 협의했고, 분할 협의서도 존재한다”며 “협의서가 완성된 후 한남동 자택에서 원고들에게 협의서를 읽어줬고, 이는 원고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2018년 11월 상속 재산 분할에 따른 재산 이전이 모두 이뤄졌고 4년이 훨씬 경과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덧붙였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은 ㈜LG 주식 지분 11.28%를 포함해 약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1.28% 중 8.76%를 받았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LG 주식 2.01%와 0.51%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김 씨와 두 딸은 금융투자상품과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 유산을 받았다.

원고 측이 증거로 주장하는 녹취록을 놓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세 모녀 측 법률대리인은 구 회장 측의 기망행위가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만 가족끼리 나눈 대화인 만큼 외부 유출 우려 때문에 일부 발췌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 회장 측은 편집된 정보는 검증이 불가능하며 증거로 효력이 떨어진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전체 녹취로 요청을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녹음 파일을 법원과 법률 대리인에게만 공유하도록 제안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10월 5일로 잡혔다. 양측은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