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입자 3명 중 1명 “현대-기아 놓고 고민...테슬라는 그 다음”

컨슈머인사이트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
3강 구도에서 밀린 테슬라 가격인하 맞불
中 전기차 공세 땐 가격전쟁 가능성

전기차 구입자 3명 중 1명은 '현대-기아'를 놓고 최종 구입 단계까지 저울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현대', '테슬라-기아'를 최종 비교한 비율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3강 경쟁구도에서 글로벌 원자재 부족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한 테슬라가 밀려나면서 현대와 기아의 투톱 체제로 변하는 모양새다. 다만 테슬라는 다른 업체와 양자대결에서 모두 선택받았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2882명 대상)'로 최근 3년(2020~2022년) 전기차 신차 구입자 462명에게 구입시점까지 최종 비교한 차량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브랜드별 경쟁구도를 비교했다.

조사는 지난해 8, 9월 두 달간 진행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조사 시점 이후 신모델이 다수 출시되고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뀜에 따라 소비자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에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구입자 3명 중 1명이 ‘현대-기아’ 비교
전기차 구입시점 브랜드 간 경쟁구도.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전기차 구입시점 브랜드 간 경쟁구도. 사진=컨슈머인사이트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브랜드간 경쟁 규모(비교 규모)를 보면 '현대-기아'가 34.1%로 가장 컸다. 전기차 구입자 3명 중 1명이 두 브랜드를 놓고 마지막까지 선택을 고민한 셈이다. 그 뒤로는 테슬라-현대(12.9%), 테슬라-기아(6.4%), 기아-제네시스(6.0%), 현대-제네시스(2.0%), 테슬라-벤츠(1.2%) 순의 경쟁 규모였다.

2022년 기준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3만8688대)와 기아(3만4346대)가 테슬라(1만4571대)를 크게 앞섰으며, 그 뒤로 제네시스(1만1266대)와 벤츠(8918대) 순이었다(국토부 등록 자동차 데이터). 테슬라는 2020년만 해도 판매 1위였고 2021년에는 현대·기아와 함께 3강체제였으나 이제는 선두에 크게 밀리고 후발주자에게는 간발의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시장의 추세는 구입시점 경쟁구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현대-기아 브랜드 비교 규모(34.1%)가 테슬라-현대(12.9%), 테슬라-기아(6.4%)를 크게 앞섬은 물론 그 둘을 합친 것보다도 1.7배 이상 컸다. 이에 제네시스를 더하면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현대-기아'의 1대1 비교에서는 현대가 다소 우세했다. 두 브랜드 비교 후 구입자(34.1%) 중 18.5%가 현대를 선택해 기아(15.7%)를 앞섰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아-제네시스 경쟁규모(6.0%)가 현대-제네시스 경쟁규모(2.0%)보다 컸던 점이다. 국산 프리미엄 전기차 구입을 고려한 소비자에게는 기아가 현대보다 우선적인 선택지였던 셈이다.

그런 와중에도 테슬라는 다른 브랜드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우세했다. 즉 현대, 기아, 벤츠와 테슬라를 비교한 소비자 중 더 많은 수가 어렵고 불리한 조건에서도 결국 테슬라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테슬라 구입자는 같은 테슬라 모델 중에서 비교해 선택한 비율이 7.6%에 달했다. 현대와 현대, 기아와 기아를 비교한 비율이 각각 1.2%에 그친 데 비하면 압도적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테슬라 전기차 보유자 5명 중 4명이 가장 우수한 전기차로 테슬라를 꼽는다”며 “테슬라 구입자의 테슬라에 대한 '애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전했다.

가격으로 격돌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

전기차 시장을 석권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에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전기차의 대명사격인 테슬라는 지난해 5차례나 가격을 인상해 수산시장처럼 '시가(時價)' 장사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으며, 금년에는 수차례 가격을 인하해 먼저 구매한 고객의 비난을 받고 있다. 수요 변화에 가격변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곧 들어올 중국차다. 그들의 진입 전략 핵심은 가성비가 될 것이고, 이는 시장 전체의 가격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국차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경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의 가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