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몰 규정으로 제정된 벤처기업법의 상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데이터 활용 규제를 개선해 최근 침체에 빠진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지원 정책을 조만간 발표한다.
국회사무처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6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입법과 정책과제'를 개최했다. 1분기 벤처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0% 감소하고, 세계 100대 유니콘 기업 중 국내 기업은 한 곳에 불과한 현실에서 국회와 정부 차원의 벤처·스타트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발제를 맡은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시급성과 중요성,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5개 벤처·스타트업 육성 과제를 발표했다. 최 센터장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상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벤처기업 정의와 지원 근거를 담은 벤처기업법은 1997년 10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두 차례 일몰 연장됐다.
최 센터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입법 당시와 달리 이제는 벤처·스타트업이 혁신 주체임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면서 “법안 상시화를 통해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창업투자회사, 금융위원회가 감독하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 이원화된 벤처캐피털(VC) 규제 현실화와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 움직임 재고도 당부했다.
최 센터장은 “매출액, 이용자 수 등 양적 기준을 적용하면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규제 적용을 받는다”면서 “정보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해외 스타트업은 해당되지 않아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과 신기술 발전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 해외 VC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행정절차 간소화 등도 활성화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은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포항이 지역구인 김병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역 기반 딥테크 기업 활성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헌사항임을 전제로,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고 현재 의원회관을 300개 스타트업 입주공간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달 국회의원은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상당 부분 감소한 만큼 모태펀드 예산 증액 의견을 피력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마이데이터 확산과 가명 정보 활용 활성화를 위해 타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정책관은 인천 송도와 같이 기업, 대학, 연구시설이 모인 지역에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기업법 상시화와 VC 규제 개선과 더불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필요성을 밝혔다. BDC는 공모펀드를 통해 민간자금을 모집하고, 해당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개인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류경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스타트업이 법과 제도, 직역과 충돌하느라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혁신 스타트업과 플랫폼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움직임에 대해선 자율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디지털 전환, 플랫폼 발전 등으로 세계 경제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글로벌 경제로 급변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육성 전략이 유효한지 고민이 필요하고, 정책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민간 중심, 개방형 혁신, 지역창업 활성화 등을 담은 범부처 스타트업 코리아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