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연이은 악재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과 수해 대응에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골프'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탓이다. 결국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0일 홍 시장에 대한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해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해 논의한다.
홍 시장은 폭우가 한참이던 지난 15일 골프를 즐긴 뒤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의 주말은 자유'라는 취지로 해명해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특히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권위주의 시대 정신으로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하느냐”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버티던 홍 시장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1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대응하기로 한 것은 연이은 악재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을 평가한 결과 긍정 평가는 38.1%였다. 지난주보다 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정당 지지율 역시 직전 조사(6월 19~23일)보다 1.0%p 내린 37.0%에 그쳤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0.4%p 오른 44.2%를 각각 기록했다. 양당의 지지율 차이는 7.2%p로 벌어졌다.
해당 여론조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만 포함된 결과다. 고속도로 백지화 이후 연이어 터진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논란, 정부·여당의 수해 대응 평가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자칫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를 빌미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상태였다. 이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시로 보고 받고 필요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방미 중이었고 주무 부처임을 호소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당시 폴란드였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수해와 관련한 경솔한 발언·행동에는 엄중한 잣대를 보였던 점도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가 예측되는 이유다. 김성원 의원은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진 잘 나오게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국민의힘 윤리위는 김 의원에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 지난 2006년에는 홍문종 전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수해 골프' 파문으로 제명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홍 시장의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하는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시장의 (정치적) 비중을 봤을 때 이를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사태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를 어떤 식으로든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주말에 자유롭게 개인활동을 한 것이라는) 해명은 물론 행동조차도 잘못됐다. (홍 시장에 대한 비판은)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13∼14일 이틀간 무선(97%)·유선(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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