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초거대AI '엑사원 2.0'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은 향후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 AI 역량과 계열사를 통한 적용 사례까지 확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LG AI연구원은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30'에서 초거대 AI '엑사원 2.0' 버전 공개와 함께 사업화 계획도 공유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2.0'이 세계 최고 수준 전문가용 AI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인 데다 학습 데이터양도 기존 모델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특히 초거대 AI 고비용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멀티모달 모델의 경량화, 최적화에 집중한 점도 2.0 버전의 특징이다. 최신 버전의 멀티모달 모델은 이미지 생성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모델 대비 메모리 사용량은 2배 늘렸지만 추론 처리시간을 83%나 단축, 전반적으로 약 66%의 비용 절감을 달성했다.
글로벌 초거대 AI와 비교해서도 성능, 신뢰성에 우위를 자신했다. 실제 엑사원의 서비스 플랫폼인 '유니버스'에 사용된 언어모델과 갤러티카, 인스트럭트GPT 등과 답변의 전문성을 비교했을 때 자사 모델이 가장 우위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확보했다.
LG AI연구원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업화에 박차를 가한다. LG전자, LG유플러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적용을 우선하되 이 성과를 활용해 외부 기업에게도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영역이 바이오·제약, 반도체·배터리 등 소재·부품 영역이다. LG AI연구원은 국내 제약사와 다양한 신소재·물질 발굴에 최적화된 서비스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 연구를 논의 중이다. 제약사가 보유한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엑사원에 적용,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 개발에 특화된 초거대 AI 개발이 목표다. 국내 병원과 협업해 중장기적으로 최적 치료방안까지 제시하는 초거대 AI 개발도 검토한다. 반도체 영역에서는 퓨리오사AI와 협업해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연구에만 그치면 안 되고 사업화를 통해 증명할 필요도 있다”며 “바이오·제약을 포함해 의료, 소재, 금융, 법률, 특허 등 영역을 우선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사업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이 엑사원 사업화 가능성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 성능과 함께 LG 계열사 역량이 있다. 현재 LG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AI'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엑사원을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물질·소재 등 미래 사업 발굴부터 전략도출, 서비스 혁신 등 내부 디지털전환에도 접목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각 산업군에서 최고 역량을 보유한 LG계열사가 엑사원 레퍼런스가 되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에 추가 공급하는 낙수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화 과정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한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출범과 함께 사업화 조직인 'AI 비즈 디벨롭먼트 유닛'을 만들었다. 영업·마케팅보다는 파트너십,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다. 대신 LG전자나 LG유플러스, LG화학 등 대규모 영업 조직을 보유한 계열사와 인프라 구축·관리에 최적화된 LG CNS까지 초거대 AI 비즈니스에 합류, 그룹 차원의 새 먹거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 비즈 디벨롭먼트 유닛장은 “지난 6개월 간 챗GPT가 빠르게 확산했지만 실질적으로 상용화 사례는 많지 않다”며 “헬스케어 등 미래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먼저 진입해 해당 영역의 톱티어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