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사우디의 경제협력 분야 중 하나로 핀테크(디지털 금융)가 포함되며 사우디 핀테크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의 '핀테크 사우디(Fintech Saudi)'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0개에 불과했던 핀테크 기업이 2022년 147개로 무려 14.7배 급증했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도 2018~2022년간 약 1조 3000억원에 달해 매년 15배씩 초고속 성장했다.
핀테크업계 종사자는 아직 1000명 미만으로 적지만,관련 행사, 교육 및 인턴십 참여자는 같은기간 중 10만 명 이상이다. 핀테크 시장규모는 2022년 기준 6조 4000억원으로 GDP대비 0.6%에 불과했지만 4년간 연평균 35%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자수취 금지 등 종교적 이유로 금융발전이 낙후됐던 사우디에서 핀테크가 발군의 실적을 내는 이유는 뭘까. 사우디 정부의 강력한 핀테크육성정책을 첫번째로 꼽고 싶다. 시장에선 2018년 빈 살만 황태자 주도로 시작된 금융개발 프로그램인 '핀테크 사우디'를 통해 핀테크 규제 완화와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2019년 말 도입된 규제샌드박스의 활용(2021년 34건)과 2021년 초 오픈뱅킹, 즉시결제시스템(SARIE) 구축도 한몫했다.
둘째, 디지털·모바일에 친화적 환경도 요인 중 하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사우디 인터넷 보급률은 2021년 기준 99%로 UAE와 함께 세계 1위다. 또 총인구(3595만 명)의 48.5%(1744만 명)가 30세 미만인 MZ세대다.
셋째, 적극적 핀테크 투자도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비전 2030' 목표 달성을 위해 국부펀드(PIF)를 조성(약 4160조 원 투자계획)했는데, 주요 투자대상 중 하나가 핀테크라고 한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총 8개 분야 가운데 간편결제, P2P대출, 핀테크 인에이블러, 크라우드펀딩 순이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는 간편결제·송금이다. 총 핀테크업체 수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핀테크 창업 인기가 높고, 대표적업체로는 2018년 설립된 모바일 지갑 형태의 STC-Pay(2021년 인터넷은행 전환)와 I-Pay, 외국업체로는 애플페이를 꼽는다.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 침투율(72%)로 자금조달에 애로가 있는 만큼, P2P대출업체(19%)도 많다. 2019년 설립해 사우디 P2P의 개척자로 불리는 Forus가 대표적이다.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핀테크 인에이블러(13%)도 Penny와 Wosul 등이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활발한 편이다.
인터넷은행도 빼놓을 수 없다. 2021~2022년간 STC뱅크, 사우디 디지털뱅크, D360뱅크 등 3개의 인터넷은행이 탄생했다. '사우디 비전 2030' 정책 드라이브의 일환인 만큼, 향후 사우디 은행업계는 물론 금융산업 전반의 디지털 가속화에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시장에선 사우디정부의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핀테크육성책에 힘입어 고속성장이 이어질 거란 의견이 많다. 사우디정부의 2030년 목표는 핀테크업체 525개, 고용인력 1만 8000명, 부가가치창출 SAR 133억(약 4조 5000억원)이다. 우리 핀테크업계의 보다 적극적 관심과 진출 노력, 민관 공동 대응이 필요할 때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