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차, LG 4대 그룹이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 재가입 요청 관련 눈치 작전에 들어갔다. 전경련이 자체적인 혁신작업을 추진하며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통합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의 새출발 △4대그룹 재가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4대 그룹 분위기는 먼저 나서기 보다 동향부터 파악하겠다는 분위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19일) 전경련이 재가입 요청 공문을 보내온 것에 대한 4대 그룹의 반응은 '부담감'으로 모이고 있다. 재가입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보다는, 그에 따른 실익 등을 두고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대 그룹은 한경연 해산 및 흡수통합을 통한 재가입 절차가 적절한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경연을 해산한 뒤 이를 흡수 통합하며 이곳 회원사로 있던 4대 그룹 계열사의 자연스러운 합류를 구상하고 있다. 통합조직인 한경협이 해산한 한경연 회원사를 승계한다는 논리이다. 전경련은 공문을 통해서도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되므로, 적극 동참해 달라”고 밝히고 있다.
기존 한경연 회원사로 있는 4대 그룹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G, LG전자 등이다.
반면, 정작 4대 그룹의 생각은 온도 차가 있다. 이달 4일 한경연 임시총회에서 조식 해산안은 동의했지만, 한경협 회원으로 참여하는 판단은 별개의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현재 전경련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사 명부 이관 형태의 재가입은 방법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한경연 해산 자체는 회원사로서 가부 여부를 따질 사안의 성격은 아니지만, 이 결정이 전경련 재가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라며 사안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답변 시한이 8월 22일로 최종 결정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부담이다. 전경련은 이날 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 선임과 한경연 흡수통합, 한경협 재출범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그 전에 4대 그룹 재가입을 확정하고, 총수 중에서 신임 회장을 배출하는 것이다.
4대 그룹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자체적인 결정은 물론이고 다른 그룹의 대응을 살피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특히 재계 맏형이자 이번 재가입 여부에 키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사실상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앞서 이찬희 삼성 준법 감시위원장은 이와 관련 “신중한 검토”를 강조하며 전경련에게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4대 그룹의 관계자는 “전경련이 혁신작업 과제로 4대 그룹 재가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재계 분위기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힘들어 보인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6년 탈퇴 이후 7년여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재가입에 따른 득실을 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