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시작하는 냉장고 문 달기 사업를 두고 유통업계 반응이 엇갈렸다. 대형마트는 시범 운영에 돌입하는 등 찬성하는 분위기인 반면 편의점·슈퍼마켓은 비용·공간 효율 등을 이유로 미온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달 첫째주 냉장고 문 달기 사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대형마트·편의점 등이 냉장고에 문을 설치할 경우 정부가 소요 비용 4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장치 성능에 대한 기준이 담긴다. 안전성·재질·시인성·습도 등에 대한 최저 기준을 설정하고 통과한 장치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최저 요건만 충족하면 미닫이·여닫이 등 다양한 형태로 매장 성격에 맞게 설치할 수 있다.
하반기 책정된 산업부 예산은 100억원이다. 여기에 한국전력도 약 59억원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올해 확보한 예산으로 약 1만대의 냉장고에 문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조금은 영세 슈퍼마켓과 편의점 가맹점 위주로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냉장고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형마트·백화점 등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업계 의견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주에 이어 19일에도 편의점·슈퍼마켓 업계를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지난 5월에는 강경성 산업부 2차관 주재로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등 전체 유통업계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업 개시를 앞둔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전력량 감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롯데마트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5월까지 총 45개점에 설치를 마쳤으며 이달까지 30여개 점포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롯데슈퍼도 올해까지 총 90개점에 냉장고 문을 설치한다. 전력량을 약 30%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지난 4월부터 이마트 자양점 냉장고에 문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또한 지난달부터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반면 편의점은 소극적인 반응을 취하고 있다. 점포 수만 5만여개가 넘을 뿐더러 매장 별 공간 상황, 설비 연한이 제각각인 만큼 교체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편의점은 냉장고 문 설치 비용을 가맹점과 일부 분담할 수 밖에 없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사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투자 금액 대비 비용 절감 효율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최대한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냉장고 문 달기에 동참한 점포에 한해 보조금을 매칭하는 자율적인 사업”이라며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각 유통 채널별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최대한 많은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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