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 계열사 디이엔티가 유상증자로 1100억원 이상 자금을 확보, 이차전지 레이저노칭 장비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한다. 급증하는 배터리 제조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디이엔티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1차발행가액을 1만9790원으로 확정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예상발행가액 1만4480원 대비 36.7% 늘어난 금액이다. 통상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디이엔티 주가는 급등하면서 발행가액이 상향조정돼 공모 규모가 869억원에서 1187억원으로 늘어났다.
조달 자금은 수주 확대로 늘어난 원재료 구입과 운전자본을 확충하는데 대부분 투입된다. 장비 고도화와 신제품 개발, 차입금 상환에도 일부 사용된다.
배성민 디이엔티 대표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수주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양·음극 레이저노칭 장비를 모두 양산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디이엔티가 유일한 만큼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적극 대응해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설립된 디이엔티는 디스플레이 검사공정 장비에 주력하던 회사로 2014년 APS에 인수됐다. 2019년 레이저노칭 장비를 양산 공급하며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매출의 80~90%가 배터리 장비에서 나온다.
노칭이란 전극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완성된 롤 형태 전극을 배터리 모양에 맞춰 재단하는 공정을 말한다. 기존 노칭 장비는 칼날을 이용하는 프레스 방식으로 파단(끊김)과 이물질이 많이 발생하고 칼날도 자주 교체해야하는 단점이 있었다.
레이저 방식을 적용하면 파단을 줄이면서 절단부를 일정하게 자를 수 있다. 이물 발생도 줄어 배터리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생산 효율도 25% 높아진다. 하지만 레이저노칭은 레이저 운용 기술에 더해 주행속도, 장력 조절 등 복합 제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 난도가 높다. 양극 레이저노칭 개발은 더 어렵다.
디이엔티는 레이저노칭 장비 개발에 도전, 2019년 장비를 공급했다. 양극 레이저노칭 장비를 실제 양산 양산라인에 적용한 것은 디이엔티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디이엔티는 현재 양극 레이저노칭 장비를 LG에너지솔루션과 그 합작사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고객사 증설도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수주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 절반인 25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화성시 향남읍에 1만68㎡ 규모 공장을 준공하며 생산능력도 확충했다. 연간 2500억원 상당 규모다. 아직 양극 레이저노칭 장비를 양산에 적용한 사례는 없어 당분간 진입장벽이 이어질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배 대표는 “축적된 공정 노하우와 특허, 양산 라인에서 검증받은 기술력이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라며 “반도체 업계의 ASML처럼 시대 변화에 맞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격차 기술력을 가진 장비 기업으로 남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규 사업도 추진한다. 현재 레이저 노칭은 기술 난도가 낮은 양극 무지부(활물질이 도포되지 않은 부분)에 먼저 적용됐다. 디이엔티는 유지부(활물질이 도포된 부분) 레이저노칭 장비 개발을 마치고 양산성을 검증하고 있다. 향후 원통형 충방전기, 이차전지 검사장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장비도 준비하고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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