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30여종의 대어급 신차가 출격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견조한 수요를 보였던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를 이어간다. 자동차 업계는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 속에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
'세대 교체'는 올 하반기 신차 시장을 이끌 주요 키워드다. 시장 파급력이 큰 베스트셀링카가 줄줄이 모델 변경을 거친다. '전동화 파워트레인' 도입으로 상품성을 크게 높인 신차가 소비자를 유혹한다. 잠재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전기차 다양화'도 주목할 포인트다. 구매 심리 위축이 우려되는 전기차 시장에는 경형부터 대형, 고성능까지 상품성 개선을 거친 최신형 전기차가 등장한다.
전자신문이 자동차 업계 하반기 신차 계획을 집계한 결과 하반기 출시 예정인 부분변경 모델 이상 신차는 30여종으로 나타났다. 국산차는 10여종, 수입차는 20여종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시장에 새로 선보이는 전기차는 7종에 달했다.
◇국산 베스트셀링카 세대 교체
국산 신차 시장에서는 각 사 판매를 이끌어 온 베스트셀링카들이 세대 교체를 거쳐 맞붙는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신차는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다. 모델 변경에 나선 두 차종은 아웃도어 활동 증가로 꾸준한 수요 증가를 보이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왕좌를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친다.
현대차가 최근 디자인을 공개한 싼타페는 5세대 완전 변경 모델로 내달 출시된다. 2018년 4세대 출시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싼타페는 1세대 디자인 콘셉트를 계승하면서 현대차를 상징하는 H 라이트와 테라스 콘셉트 실내 등 파격적 디자인 변신을 시도한다.
중형 SUV 판매 1위 기아 쏘렌토 역시 내달 부분변경을 거친다. 세로형 헤드램프 등 기아의 새 패밀리룩을 계승하며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로 상품성을 강화해 싼타페에 대항한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신형 교체와 함께 파워트레인 라인업에서 디젤을 배제하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HEV) 모델만 판매한다.
제네시스는 4분기 준대형 SUV GV80의 첫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 초에는 GV80의 가지치기 모델인 GV80 쿠페를 추가로 출시한다. 평균 가격이 7000만원에 육박하는 GV80은 현대차 수익성 강화를 이끌 핵심 신차로 꼽힌다.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 기아 중형 세단 K5 등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 중인 베스트셀링카들도 잇달아 부분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강화한다. 국내 미니밴 시장 독보적 1위인 기아 카니발도 신차 경쟁에 합류한다. 4분기 출시가 예정된 카니발 부분변경은 최초로 HEV 모델을 추가하며 전동화 전환에 나선다.
쉐보레가 이달 출시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의 흥행 여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부분변경을 거친 트레일블레이저는 앞서 상반기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함께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50만대 생산을 이끌 핵심 카드다.
◇소비자 선택 폭 넓히는 수입차
올 상반기 역성장을 기록한 수입차 업계는 하반기 대대적 신차 공세를 펼친다. 유럽차 브랜드 중심인 수입차 시장에서 토요타 등 일본차 브랜드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다양한 신차를 내놓고 추격에 나선다. 수입차 양강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1위 경쟁도 볼거리다. 양사는 신차 효과는 물론 차종별 대규모 프로모션까지 동원하며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친다.
벤츠는 주력 SUV GLE와 GLE 쿠페 2종의 부분변경 모델을 3분기 출시한다. 디자인 개선 등 상품성을 보강한 신형 GLE는 이달 초 나온 BMW X5 부분변경 모델과 시장에서 직접 경쟁이 예상된다. BMW는 수입차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5시리즈 완전변경 모델을 4분기 내놓는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5시리즈 시장인 한국에 발빠르게 신형 모델을 투입한다.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신차를 준비한 브랜드는 토요타다. 이달 말 토요타는 7인승 SUV 하이랜더를 출시한다.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하이랜더는 4세대로 2.5ℓ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토요타는 3분기 미니밴 알파드, 4분기 프리우스 완전변경을 연달아 공개한다.
판매 침체를 겪는 중하위권 브랜드들도 신차 출시를 통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푸조는 연내 508 부분변경 모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508은 5도어 패스트백 스타일의 푸조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이다. 포드는 3분기 스포츠 쿠페 머스탱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혼다는 어코드 11세대 완전변경 모델 등 다양한 신차 출시를 추진한다.
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은 다른 해보다 상대적으로 대어급 신차가 많은 국산차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수입차와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 규모가 174만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170만대를 회복할 것으로 봤다. 국산차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146만대, 수입차는 9.7% 감소한 28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