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혁신 플랫폼을 통해 물류 시장 디지털 전환(DT)에 앞장선다. 물류 전 단계를 플랫폼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미래 물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미들마일 플랫폼 '더 운반'은 청사진의 첫 단추다. 화주와 차주를 일대일로 직접 매칭해 폐쇄적인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운송 품질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뒀다.
23일 서울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만난 최형욱 CJ대한통운 디지털물류플랫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더 운반에 대해 “택시·대리운전과 같이 미들마일 시장에서도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해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 전문 회사 '포티투닷'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하다가 지난해 1월 CJ대한통운에 합류했다.
미들마일은 고객에게 제품을 최종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직전 단계를 뜻한다. 원자재·완제품을 공장·창고에 전달하는 기업간거래(B2B) 물류로 시장 규모는 연간 33조원으로 추산된다. e커머스 성장과 함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라스트마일과 달리 미들마일은 수기 방식 업무가 만연한 상황이다.
최형욱 COO는 “미들마일 시장은 화주와 차주 사이에 주선사, 운송사가 여러 단계에 걸쳐 존재하는 다단계 구조”라며 “운임이 비싸지는 것은 물론 화주·차주간 소통이 어렵고 운송 방식이 비효율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더 운반은 중간 단계 없이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한다. 화주가 주문을 등록하면 인공지능(AI)이 거리·운임 등을 고려해 최적의 운송 차량을 제안한다. 실시간 화물·차량 위치를 제공하며 간편 결제 방식도 적용했다. 차주도 중간 단계가 없어 합리적인 운임을 받을 수 있고 빠른 배차가 가능하다. 익일 정산 시스템과 자체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한 서비스다.
더 운반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간 시범 운영을 진행해 이달 1일 정식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다양한 부분을 보완했다. 화물 위치와 상차·하차 등 단계별 보고를 자동화하는 '지오펜싱' 기술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왕복 연계 수송 시스템(TMMS)도 하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차주는 수수료 없이 익일 정산이 진행되는 점, 화주는 빠른 매칭과 운송 투명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며 “정식 론칭 후 20일 간 가입한 화주 수가 6개월 시범 운영 기간 가입 화주 수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미들마일 시장 내 경쟁사는 티맵모빌리티, KT,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반 기업들이다. 그는 “더 운반은 시장에서 유일한 전통 물류업체가 만든 플랫폼”이라며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물류 전문성과 경험은 더 운반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물류 전반의 디지털 플랫폼화다. 그가 이끄는 디지털물류플랫폼 사내독립기업(CIC)은 CJ대한통운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자체 개발·서비스 조직을 포함해 현재 40여명이 몸담고 있으며 연내 70명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미들마일 전후 물류 단계까지 디지털화해 CJ대한통운 본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미래 물류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올해는 서비스 안정화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시장 내 독보적 우위 사업자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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