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상공인 노후 냉·난방기 교체 사업에 국내 에어컨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사업 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부진에 빠진 에어컨 시장을 반등할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정부 사업에 맞춰 소상공인을 겨냥한 에어컨 마케팅도 불 붙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작한 정부 소상공인 노후 냉·난방기 교체 사업 지원 신청은 20일 기준 1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업은 2015년 이전 생산된 냉·난방기를 보유한 소상공인 중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교체 시 제품 금액의 40%(최대 160만원)를 환급하는 게 골자다. 총 300억원이 투입되며 지원 기간은 예산 소진 시 까지다. 구매 비용과 전기료 등 부담으로 노후 가전 교체에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을 돕는 한편 고효율 제품 교체로 에너지 절감까지 구현하는 게 목적이다.
고효율 에어컨을 절반 수준 가격으로 구매 가능해지면서 소상공인 관심은 폭발적이다. 신청이 몰리면서 현재 현장, 이메일 접수로 진행되던 것에서 다음 달에는 전용 사이트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접수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사업 문의가 폭발적인 상황”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냉·난방기 교체 비용을 대폭 줄여준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에어컨 업계도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무적이다. 여름 에어컨 수요를 끌어올릴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연간 200만~250만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수량 기준으로는 1%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인 고효율 가전을 대상인데다 에어컨 수요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가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에어컨 수요는 꾸준히 줄고 있다. 고물가 기조와 1년 동안 다섯 차례나 인상한 전기료 부담 때문이다. 올해에도 에어컨 성수기인 5~6월 기준 가전 유통사의 에어컨 판매량은 최대 20%나 줄어드는 등 업계 고심이 깊다.
가전 업계는 정부 사업을 기회로 꺾인 에어컨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총동원해 사업을 알리는 한편 자사 제품의 에너지 고효율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급 정책 대상 중 자사 제품이 59개로 가장 많다는 점을, LG전자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환급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 유통사도 이번 정책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이후 펜트업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이어 올해도 국내 에어컨 시장은 역성장이 유력하다”며 “반등 요소가 적은 상황에서 정부의 가전 교체 지원 사업은 수요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