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대 제조기업 자금사정 지난해보다 호전

국내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중 절반 이상은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나아지거나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하여 매출 1000대 제조기업 107개를 대상으로 '자금사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자금사정이 호전되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31.8%로, 악화되었다는 응답 비중(13.1%)보다 18.7%포인트 높아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55.1%는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자금사정 개선의 주요 원인이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유보자금의 증가가 아니라 차입금 증가에 기인한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2.9%나 급감한 반면, 회사채 발행.은행 차입 등 직.간접금융 시장을 통한 차입금 규모는 10.2% 증가하였다.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지난해 대비 자금사정 현황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지난해 대비 자금사정 현황

금번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 10개사 중 약 9개사(86.9%, 47.7%+39.2%)는 올해 들어 은행 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응답 기업 과반(52.4%, 47.7%+4.7%)은 회사채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한편, 기준금리를 0.25%p만 올려도 대기업 10개사 중 9개사(86.0%) 이자비용 감당 어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기업의 대부분인 86.0%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인 3.50%를 꼽았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차입금 규모가 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추가 인상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으로 상당수 기업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았다.

올해 하반기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증가(매우 증가+다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35.5%)이 감소(매우 감소+다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5.6%)을 크게 웃돌았다. 자금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설비투자(38.7%)가 가장 많았고, 원자재·부품 매입(32.3%), 차입금 상환(11.2%), 인건비·관리비(10.5%) 등의 순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경기침체.수익성 악화로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비용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번 조사에서 하반기 설비투자 목적 등으로 자금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활성화 차원에서라도 향후 기업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