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내년 '전기 화물차 보조금 지급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5% 증액한 69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한다. 지원 대상도 올해 5만대 보다 1만대 많은 6만대로 정했다. 예산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그동안 여러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예산 편성을 확대한 것에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내년 신규 등록되는 1톤 화물차의 40% 가량을 전기 화물차로 보급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이 같은 예산안을 편성했다. 그러나 단순히 신규 등록 차량의 40%라는 숫자에만 매몰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동안 환경부가 추진해 온 전기트럭 보급사업은 일부 부작용이 지적돼왔다. 우선 전기트럭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중국산 트럭이나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 제품에 몰린다는 점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중국 업체를 키워준 셈이나 다름없다. 해외에서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움직임과 딴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기 화물차의 낮은 주행 성능으로 인한 충전 대란이다. 1t 전기트럭은 완충시 주행거리가 200㎞ 내외다. 화물을 싣거나 겨울철에는 주행거리는 더 짧아진다. 충전 속도도 전기 승용차에 비해 느리다.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를 전기 트럭이 점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기는 전기트럭이 대부분 차지해 문제가 심각하다. '충전난민'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별도 보완없이 전기트럭 보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해선 안된다.
부처 정책 목표 달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트럭 보급 확대라는 성급한 정책 추진이 가져올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먼저다. 전기 화물차 주행성능, 충전기 보급 인프라 등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