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편한 기술경영] 〈375〉 누군가의 반대편에 서다

업(up) 그리고 다운(down). 옛 영어는 업(Up)과 다운(doun)이었다. 원래 의미는 '하늘을 향하여' 혹은 '지면을 향하여'였다고 한다. 물론 위를 향한다거나 아래쪽을 향한다는 의미는 함께 가졌겠다. 이런 면에서 꽤나 오랫동안 방향을 지시하는 것으로 쓰인 셈이다. 단지 요즘은 하늘과 땅 대신 주식이나 시장 같은 것의 방향과 경향을 설명하는 데 더 자주 사용된다.

혁신이 다른 착안이라면 분명 맞는 말이다. 이건 무척이나 흥미로운 관찰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반대편은 어딘가에 항상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제법 쓸 만한 전략이라면 혁신가능공간은 우리 생각보다 커지는 셈이다. 과연 그럴까.

페이스북을 한번 따져보자. 이곳의 가장 중요한 혁신은 마크 저크버그(Mark Zuckerberg)가 C++로 페이스북의 프로그램을 코딩한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페이스북은 시작되었다는 점에 이의있다고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북은 왜 번영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보다 멋진 코드나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 리 없다. 수많은 기업이 페이스북을 보며 시작했다. 그중 누군가는 훨씬 나은 코드와 기능을 구현했겠다. 하지만, 누구도 페이스북을 능가하지 못했다. 여기엔 간단한 이유가 있다. 페이스북에서가 아니라면 버락 오바마나 엘런 머스크를 팔로우하고 친구가 될 수 없다. 많은 기업이 앱과 색다른 기능과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으로 페이스북과 경쟁하려 하지만 내가 팔로우할 만한 누군가를 못 찾는다면 문제는 남은 셈이다.

이런 점에서는 제품을 만든다고 다르지는 않다. 실상 볼보 같은 브랜드가 바로 이런 원리다.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볼보가 분명 훌륭한 자동차이지만 럭셔리 카 세그먼트에서 성능이면 성능, 품질이면 품질, 브랜드면 브랜드 등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선뜻 답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볼보는 럭셔리 카 세그먼트에서 압도적으로 '더 나은 자동차(better car)'는 분명 아니겠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어느 고객의 선택에서는 다르다. 흔히 '더 안전한 자동차(safer car)'를 찾는 누군가에게는 볼보는 최고의 자동차일 가능성이 크다. 즉, 럭셔리 카 시장의 어느 소비자들에게는 어느 브랜드만큼 최고의 선택이 되는 셈이다.

누군가는 이런 흥미로운 표현으로 설명한다. 인생의 가장 흥분된 날을 묻는 질문에 급류 래프팅이라고 답하는 소비자들은 아마 다른 차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첫 애가 태어난 날이거나 그 애가 결혼하는 걸 보는 것이라고 답할 누군가에게 볼보야 말로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서라도 선택하고픈 기준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볼보의 경쟁력은 다른 누군가의 반대편에 서 있기로 정하고 그 길로 걸어왔고 지금 거기서 훌륭한 품질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한 셈이다.

물론 이렇게 무작정 반대편에 선다고 혁신인 것도, 경쟁우위가 되는 것도 아니겠다. 하지만 만일 모두의 시선이 어디 한 곳에 모여져 있다면 그 반대편에 뭔가 다른 해법이 없는 지 한번 돌아볼만 하다.

실상 수많은 기업이 이렇게 혁신의 빈 공간을 찾아냈다. 고객체험이 정체된 곳에는 어디든 이렇게 한편에 모여 있는 기업을 볼 수 있다. 누구나 당연한 비용으로 생각하는 동안 다른 방법을 찾아낸 누군가는 이처럼 반대편을 생각한 탓이다. 누군가는 고객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버려서 혁신을 했다. 그리고 이런 혁신과 차별화는 다른 경쟁기업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만일 여러분이 하는 비즈니스의 많은 기업이 시선을 한쪽으로 모으고 있다면 한번 다른 시선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모두들 거기서 조금 더 나은 혁신을 생각할 때 나는 조금 더 다른 출발점을 찾는 것 말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