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문학계가 천체물리, 기초물리학 등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천체 움직임을 발견하면서 우주론 전반에 걸친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이번 발견으로 우주 움직임을 정의하기 위한 뉴턴역학뿐 아니라 일반상대성이론, 이를 기반한 빅뱅우주론과 천체물리의 수정 가능성까지 전망되면서 해외 천문학계도 주목하고 있다.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650광년 이내 2만6500여개 장주기 쌍성(쌍둥이별)에 대한 궤도 분석 결과 중력이 약해질 때 뉴턴역학이 붕괴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카림 엘바드리 박사와 유럽항공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장주기 쌍성에 대한 현존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정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장주기 쌍성이 중력테스트에 중요한 이유는 은하나 우주론 데이터에 의한 테스트와 달리 직접 검출된 적이 없지만, 가정되고 있는 암흑물질 개념과는 무관하게 중력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정되는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쌍성 내부 역학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채 교수는 중력 속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쌍성이 경험하는 가속도를 두 별의 궤도에 따라 계산하고, 이를 뉴턴역학 예측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궤도 크기가 1000AU(천문단위·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는 1AU) 이내일 때는 쌍성 궤도운동이 뉴턴역학과 일치했으나, 2000AU 이상에서는 뉴턴역학 예측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5000AU 이상에서는 중력 가속도 크기가 뉴턴 예측치의 1.4배 정도로 커졌다.
약한 중력에서 측정된 뉴턴 예측치의 1.4배 중력 가속도는 40년 전 이스라엘 물리학자 제이콥 베켄쉬타인과 모르더하이 밀그롬이 제안한 'AQUAL' 이론과 일치한다. 이 이론은 뉴턴의 만유인력과 일반상대성 이론을 수정해 천체 움직임을 설명하는 수정 중력 이론이다.
이에 따라 이번 분석을 통해 쌍성에서 측정된 뉴턴 예측치의 1.4배 중력장은 뉴턴 중력 붕괴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쌍성계에서 외부 중력장 효과의 검출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채 교수는 설명한다.
해외 천문학계도 이번 결과에 대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밀그롬은 “향후 향상된 데이터를 통해 수정뉴턴역학(MOND) 예측과 일치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천체물리, 기초물리학, 우주론 전반에 가늠하기 힘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산개성단 연구를 통해 중력에 대한 유사한 결론을 얻은 독일 본대학 파블 크루파 교수는 “중력이 뉴턴 이론이 아닌 밀그롬 이론을 따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천체물리학 전반에 주는 파급효과는 실로 방대하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이번 결과는 중력이 약해질 때 뉴턴역학이 붕괴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300여년 지속된 뉴턴역학 외에도 100여년 지속된 일반상대성이론이 수정돼야 함을 의미하는 중대한 과학사적 사건”이라며 “지구 중력 가속도와 같은 일반적인 과학적 사실로서 견고해질 때까지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천문학회 발간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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