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야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전을 펼쳤다.
국토위는 26일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와 관련한 현안 보고와 현안 질의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토부의 불성실한 자료제출, 핵심 자료 공개 누락, 자료 조작 의혹 등을 근거로 국토부를 비판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국토부에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갑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면서 “거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국토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관련 자료 중 빠진 부분이 있고 페이지 수까지 조작해서 공개했다. 국토부의 자료 공개는 대국민 거짓말이자 공개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도 “자료를 구체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홈페이지에도 공개가 안 돼 있다”면서 “국토부가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비판했다.
특히 “과업수행계획서에 누가 손을 댄 흔적이 발견됐다. 최초로 제출받은 원본에 있었던 자료가 (홈페이지에서는) 빠져있었다. 한글 파일을 저장형식을 PDF로 바꾼 것인데 중간에 있던 문서만 빠졌다”며 “쪽 번호 매기기도 잘못했다. 페이지와 목차 순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민기 국토위 위원장도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국토위원들에게는 없다고 했던 자료들이 홈페이지에 공개된 건 국토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 장관은 사과를 거부했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며 오히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원 장관은 “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지난 6월 이 전 대표가 난데없이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TF까지 구성하는 등 사실상 이에 대한 지시를 했다”면서 “거짓 선동을 한 민주당의 전·현직 대표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원 장관 엄호에 나섰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현안질의는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히자는 취지”라며 “정치적인 공세를 하면 상임위의 방향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