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이야기]스타트업이 채워야할 웰니스산업의 빈 공간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정부는 이차전지와 에너지와 더불어 의료바이오 산업을 미래 대한민국 먹거리로 보고 있다. 산업수출과 고용창출이라는 목표를 넘어 의료바이오는 생명연장시대 국가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만성질환자 수는 2000만명을 넘었다. 성인기준으로 거의 100%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 재정 부담으로, 해법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 109조원 예산 중 보건의료 예산은 16조원 내외이나 돌봄 등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웰니스 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의료적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국민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방지하는 것이 21세기형 복지국가의 목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방의학, 자연치료, 디지털의료 등을 접목한 웰니스는 해법 중 하나다. Well-being에 Fitness가 결합돼 장수시대에 필요한 Well-dying까지 포함된 의미의 웰니스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의미한다. 국회에서는 2건에 대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발의된 상태다. 의료바이오영역이 웰니스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법안 2건 모두 아직까지는 디지털웰니스를 기존 의료바이오 영역 안에 넣으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어 보이지만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웰니스의 독자적 영역을 인정하는 마인드다. 예방의학·자연치료와 더불어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웰니스를 순수의료 영역으로 바라본다면 큰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웰빙과 웰다잉이 결합된 웰니스의 독창성 그대로 정부규제나 지원조직을 구성해야 하며, 이에 맞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 미국의 디지털건강관리 서비스인 Noom이나 springheath처럼 조단위가 넘은 유니콘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진입이 용이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의 규제샌드박스 정도로 웰니스의 확장성을 수용하기 어렵다. 국내 웰니스 기업은 국내 시장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해외로 진출하거나 반려동물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가고 있다. 시행 후 2년 뒤 제자리로 돌아가는 힘 빠지는 상황에 규제샌드박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물론 정부도 많은 노력 중에 있다. 웰니스의 독창적 가버넌스를 인정한 대표적 사례도 있는데 2019년 유전자진단기업의 DTC(direct to customer)방식 건강진단 허용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암이나 몇몇 만성질환을 제외하고 있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의료영역에서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디지털기술만으로 진단을 허용한 사례는 큰 의미를 준다. 이미 분자진단이나 DNA분석 심지어 백신까지 디지털데이터가 필수적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지만 보수적 의료계를 아는 이들에게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진단을 디지털웰니스 기업에 허용한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웰니스 산업적 접근법은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에 가이드가 될 것이다. 규제샌드박스에만 기업의 운명을 걸거나 입법 활동에만 집중하는 데 스타트업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은 유전자분석 기업의 선례를 살펴보고, 웰니스 영역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야 한다. 의사의 치료영역에 손상되지 않는 수준에서 웰니스 기기를 출시하고, 기존 의약품과 융합되는 융합의약품이나 보조제, 의사가 하기 어려운 모니터링, 센싱, 데이터수집,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다. 제약사와 약국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개원의에게 위기감을 주는 기술은 웰니스 영역에 현재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정부도 웰니스 분야 스타트업의 시장진입이 용이하도록 규제샌드박스 이외에도 DTC인증이나 디지털융합의약품 허가 등 다양한 방식의 조직과 법을 갖추기를 바란다. 이것이 의료바이오산업이 우리 미래를 책임질 진정한 먹거리가 되는 길이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hnawo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