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노트북은 우리 생활에서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노트북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노트북의 폐기와 재활용 문제다. 오래된 폐노트북은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 포천시 내촌면에 위치한 E-순환거버넌스 회원사 '리맨'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리맨은 재활용 업체 같지 않은 하얀색의 깔끔한 분위기 속 방음 패널을 갖춰 기계소음도 적었다. 폐노트북은 서울, 경기, 전남 등 전국에서 모여, 마치 도서관에 책이 잘 정리된 것처럼 선반에 차곡히 정리돼 있었다.
직원들은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냉방기기 등을 사용해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폐노트북을 분리해 기판과 배터리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E-순환거버넌스가 지난해 회수·재활용한 노트북은 연간 총 51.7톤(5만1700㎏)으로, 폐노트북 평균 중량을 약 1.8㎏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약 2만8700대가 재활용되고 있다.
노트북의 주요 재질은 일반금속 55%, 플라스틱 28%, 유리 4%, 기타 13% 등이다. 폐노트북 1대에 있는 원소 물질 단위까지 분석해 가치를 산정하면, 폐노트북 1톤 가치는 약 546만원에 달한다.
폐노트북 재활용은 수작업과 기계작업으로 나눠 진행한다. 재활용은 기판과 배터리, 하드디스크 등 주요 구성품은 별도 분리하고, 파쇄 잔재물은 구성·재질 별로 선별한다.
특히 화재·폭발 등 위험성이 있는 배터리와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하드디스크 등은 주의해 회수한 뒤 전문 재활용 처리업체로 인계한다.
전문 재활용업체는 배터리 화재 및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방전한 후, 파쇄 등을 통해 배터리 파우더를 만들어낸다. 이후 습식전해공정 등을 통해 리튬(Li)과 코발트(Co) 위주 산화물을 생산한다.
하드디스크는 본체와 분리한 뒤 추가적으로 부위별로 세밀하게 분리해 전문 재활용업체에 인계한다. 수작업으로 하드디스크를 분리하는 경우에는 데이터 저장공간인 플래터는 파쇄하고, 나머지 알루미늄, 철, 기판 등을 회수해 전문 재활용업체에 전달한다. 특히 하드디스크는 데이터 유출, 개인정보 유출 등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자재와는 달리 파쇄 및 재활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노트북은 사용 단계에서 열이 발생하는 발열 제품 중 하나로, 열이 발생하면 난연소재가 사용되기도 한다. 난연소재는 주로 브롬, 염소 등을 포함하고 있어, 다른 일반(단일재질·비난연) 플라스틱과 동시 재활용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인·할로겐 난연제로 교체되고 있는 추세다. 이들 난연제는 저휘발성, 무색·무취인 만큼, 브롬·염소계에 비해 인체·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유해하다.
하지만 난연제 플라스틱은 종류별로 구분해 적절히 재활용하거나 또는 처분(소각·매립)돼야만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적법하고 친환경 시설에서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순환거버넌스를 통한 폐노트북 회수·재활용 사업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노트북은 부피·중량에 비해 고가 제품이어서 재활용 가지가 크지만 소비자가 개인정보(하드디스크) 유출을 우려해 폐기·배출을 꺼리는 대표 제품으로 손꼽힌다.
E-순환거버넌스는 폐노트북을 회수·재활용하는 업체인 만큼,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완벽 파기를 보장하며 소비자 신뢰도를 쌓아왔다. 또 생산기업은 단독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회수·의무이행을 E-순환거버넌스와 공동 대처할 수 있어 실질적인 만족도가 높다.
E-순환거버넌스 관계자는 “E-순환거버넌스 공제회원으로 가입해 회수·재활용 의무를 이행할 경우 '디스플레이기기' 제품군 단위로 의무이행이 이뤄져, 기업 측면에서는 노트북 단독 제품에 대한 의무이행 달성 부담감을 완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물질 재활용률을 높이고,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해 소비자와 생산기업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천=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