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인력 유출 대비해야 한다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가동 시점을 1년 늦추겠다고 밝혔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최근 가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첨단 장비를 설치할 만큼 숙련된 인력이 충분치 않다”며 “대만에서 전문 엔지니어들을 파견해 현지 노동자들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기돼온 미국 내 반도체 인력 부족 우려가 현실화됐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며 보조금 지원을 통해 TSMC, 삼성, 인텔과 같은 글로벌 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인력 부족이 반도체 부흥 계획에 최대 과제이자 장애로 떠올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까지 6만7000명이 부족할 전망이라며 인력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인력 전망<자료: SIA>
미국 반도체 산업 인력 전망<자료: SIA>

반도체 제조 중심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로 넘어왔던 상황에서 미국의 반도체 인력 부족은 어느정도정 예견됐다. 인건비, 문화, 산업 현황 등을 종합할 때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은 쉽지 않은 과제다. 걱정은 미국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반도체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장 미 반도체 산업 단체들은 이민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해외 인재들을 더 많이 받아 들이고, 더 오래 미국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 반도체 산업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엑소더스가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국내 반도체 인력은 12만7000명이 추가로 필요한 반면 현재는 5만명 양성만 가능해 인력 태부족이 예고된 상태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이탈까지 더해지면 걷잡을 수 없을 상황을 맞게 된다.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현 인력의 해외 유출도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