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GM, 벤츠 '충전연대'...테슬라와 표준 맞불

현대자동차그룹이 독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와 손잡고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선다. 테슬라가 자사 충전 규격 NACS를 북미 표준으로 세우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등 CCS 충전 규격 진영이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ㅣ.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7개 주요 완성차 업체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자료를 내고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목표는 북미지역 시내와 고속도로에 3만개의 충전 인프라 설치다. JV 설립을 위한 금액 등 구체적인 세부 합의 내용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합작법인 출범 자체에는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충전소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번 JV 설립과 관련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대차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와 일치한다”며 “현대차 전동화에 대한 전문성이 충전 환경을 재정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7개사 합작 JV는 북미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연내 설립될 예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개사가 JV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275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계획대로 JV가 출범하면 첫 충전소는 내년 여름경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각 충전소에는 고출력 DC 충전기가 설치되며 CCS 규격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NACS 규격 기반 커넥터도 지원한다. 이후 설치지역을 캐나다까지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JV 연대는 북미 시장에서의 테슬라 NACS 충전 규격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초부터 연초부터 포드, 리비안 등이 테슬라 충전규격에 합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테슬라 NACS 규격의 북미 표준자리를 꿰차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에는 美 켄터키가 전기차 충전 플랫폼에 의무적으로 NACS 규격을 갖추도록 했다. 차량 제조사들도 NACS 충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워싱턴주와 텍사스주도 같은 방침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7개사는 JV를 통해 북미지역 3만개 충전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며 CCS 충전 규격 파이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 플랫폼에 NACS 규격을 지원하는 것 역시 호환성을 통해 사용자 저변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충전 플랫폼의 경우 NACS 규격만을 지원한다.

송호성 기아 대표는 “이번 합작 투자는 충전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 북미 전역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의 브랜드 더욱 강화하는 한편,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