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미래 핵심 식량 될지도…단백질 풍부, 생산 효율적인 '곤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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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한 남자의 얘기를 그린 1970년대 영화 '빠삐용'에서는 주인공 빠삐용이 교도소 내 바퀴벌레를 잡아먹으며 연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40년이 지나 개봉한 우리 설국열차에서는 영화 주역이자 하층민인 꼬리칸 사람들에게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이 제공된다.

이들 장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동시에, 벌레를 먹는 등장 인물들을 설명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혐오스러운 벌레를 먹는 이들을 존엄성을 박탈당한 이들로 그렸는데, 앞으로는 우리도 벌레를 주된 식량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해를 거듭할 수록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는 늘어나는데, 가뭄이나 폭우와 같은 이상 기후는 식량 생산을 가로막는다.

일례로 살인적 폭염에 시달리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는 올해 곡물 수급의 어려움 탓에 쌀 수출을 막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염에 올리브 생산이 급감했다. 이런 사태는 시간이 지난다고 호전될 성질의 일이 아니다.

기존 식량생산이 어려워지면, 보다 효율적인 식량생산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곤충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벌레를 먹는 일, '충식'의 효과적인 부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정체가 어쨋건 설국열차 속 단백질 블록이 수많은 꼬리칸 사람들의 배를 채우고, 목숨을 유지해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충식을 소름끼쳐 하지만, 사실 곤충을 먹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얼마전까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메뚜기 구이나 볶음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고, 심지어 번데기는 통조림으로까지 나올 정도로 보편화 돼 있다.

겉보기에 혐오스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생산이 매우 효율적인 식품원이기도 하다. 종별 차이가 있지만 몸의 절반 이상이 단백질이다.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 대비 단백질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벼메뚜기의 경우 70%가 단백질이다. 곤충은 미네랄도 풍부하다.

반면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가축의 10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물도 적게 먹고 필요 공간도 적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극히 줄인 상태에서 많은 영양분을 효울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메뚜기와 쌍별귀뚜라미, 갈색거저리유충 등 10여종을 식용곤충으로 인정하고 주목하고 있다. 언젠가 식량위기가 현실화되면, 곤충이 주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충식에 대한 많은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식용 곤충 자체를 연구해 이들이 우리 몸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다루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곤충의 '메디푸드(약용음식)' 성격을 조망해, 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동아대는 올해 초 갈색거저리 애벌레 추출물이 아토피성 피부염 완화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 농촌진흥청은 역시 갈색거저리 애벌레 추출물이 근감소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추출물을 근육세포에 처리 했을 때 근육 분화 촉진 지표인 미오게닌 발현량이 미처리시보다 60% 증가함을 확인했다.

곤충의 단백질만을 추출해, 혐오스러운 겉모습 문제를 해소하는 가공 기술도 나오고 있다. 2019년 농촌진흥청은 쌍별귀뚜라미 내 단백질 성분만 가수분해 및 농축해 단백질 함량이 78.9%인 분말을 만드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진은 곤충에 포함된 '키틴'을 제거해 식품 가공적성을 향상시키는 단백질 추출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키틴은 곤충 외골격을 이루는 주성분으로 우리 인간은 소화시키지 못한다. 연구진은 개발 기술로 키틴 함량은 감소시키고 필수 아미노산 지수와 단백질의 기능적 특성은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