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7월 말이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구분하며 상반기를 되돌아보고 하반기를 다시금 계획하는 계기가 되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기점이 있다.
바로 6월 30일. 소행성의 날이다. 매년 6월 30일은 UN에서 선언한 국제 소행성의 날로 소행성이나 혜성과 같은 자연우주물체의 위협에 대해 국제적인 경각심을 높이고 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2015년 국내외적으로 선포됐다.
선포식에는 전 지구적 이벤트에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우주인, 과학자, 기술자, 예술인 및 유명 인사들이 소행성의 날 선언문에 대거 참여했다.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다.
그는 퀸의 전신인 스마일 시절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다. 2007년에는 30여년 만에 논문을 완성해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9년 1월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해왕성 너머에 눈사람처럼 생긴 '아로코트'라는 소행성에 근접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신곡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를 발표했다.
소행성의 날이 6월 30일로 정해진 이유로 115년 전 1908년 6월 30일에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지름 50미터 정도 되는 소행성이 충돌해서 공중 폭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폭발의 위력으로 2000㎢가 넘는 산림의 나무 수천 그루가 쓰러지고 수백㎞ 떨어진 곳에서도 심한 지진과 함께 돌풍으로 기차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00배가 넘는 TNT 규모 20메가톤(Mt) 정도로 추정하니 실로 그 폭발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퉁구스카급 사건과 같은 전 지구적 위협에 대한 대비는 어느 한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2014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유성 폭발 사건 이후 UN에서는 2개의 지구방위대 조직을 만들었다.
우주임무기획자문그룹(SMPAG)이라고 부르는 국제 공동대응 협의체는 지구 충돌 확률이 높은 소행성을 발견했을 때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를 기획하는 곳이다. 2022년 인류 최초로 소행성의 궤도 변경에 성공한 다트(DART) 프로젝트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라고 부르는 또 다른 조직에서는 지구 공전궤도 근처에서 발견한 소행성을 추적·감시하고 예상 추락 위치를 계산해 경보발령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지구 근처에 있는 소행성은 상당수가 미국의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되는데 연속해서 관측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 천문대에서 관측이 끝나고 해가 뜨면 드넓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에서 밤이 시작된다. 소행성 추적관측에서 동아시아 천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가 좋지 않아 미국과 유럽의 소행성 후속 관측 요청에 100% 대응해 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관측환경이 좋은 칠레에 우리나라 최초의 소행성 탐색 전용 망원경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행성의 위험으로부터 인류가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지구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소행성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다.
이 망원경이 완성되는 2026년에는 지구 근처 공간에서 좀 더 많은 소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6월 30일 전후로 소행성의날 행사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소행성 강연, 공개 관측해, 토크콘서트 등을 개최하고 있다.
필자는 3년째 소행성의 날 관련 강연을 하는데 지난 7월 1일 국립과천과학관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천체투영관을 꽉 채웠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들이 칠레에 설치될 소행성 탐사 망원경을 이용해서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을 많이 발견하고 진정한 지구방위대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책임연구원 skarma@ka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