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임을 생각했을 때 용기를 내고 시작했습니다. 과연 뿌리 내릴 수 있을지 제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원 모임'을 만들면서 했던 고민을 이야기 했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 LG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와 오너 경영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열면서 이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인사말에서 “기업 입장에서 민주당에다, 산업성장, 오너 이야기까지 하는 자리에 나오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정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사장도 민주당이 차려놓은 자리가 그만큼 어색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친(親)노동 정책에 집중하면서 반기업을 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오너 경영'은 개혁의 대상이었다. 이들을 긍정적으로 드려다본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시도이다.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 세 사람이 출범시킨 이 모임은 세 달 만에 무려 24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당내에서도 기업과의 거리감을 좁힐 필요성에 공감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첫 세미나에서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초청했고, 두번째는 대한상공회의소 7대 기업 임원단과 만났다.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분명 변화를 준 것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민 삶을 위한 경제 정책에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없고, 민주당은 유능한 양손잡이가 되겠다”고 했다.
그간 '친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의힘은 노동개혁과 함께 '친노동' '공정' 행보를 시도하고 있다. 국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공정채용법'을 꺼내들었다. 채용 비리, 청탁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근로자 대표제 개선 방안'도 내놨다. 현생 법으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기간 적용, 30인 미만의 특별연장근로, 휴일 대체 근로 등의 사안을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국힘은 근로자 대표 선출 과정과 활동에 회사 측이 개입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등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개선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노동계 숙원 과제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도 국힘 소속 의원이 발의해 주목받았다.
이는 양당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책 노선을 재정립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간 정치권은 내편, 네편으로만 가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갖혀 유연한 정책을 펼칠 수 없었다. 보수와 진보 기준에서 성장과 분배, 친기업과 친노동의 잣대로만 들이댔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양당 모두 중도층 표심이 중요하다. '내편만' 바라봐선 안된다. 극우·극좌의 확증편향 이분법적 사고는 상식과 이성, 법리를 뭉갠다. 결코 득이 될 수 없다.
정치가 보여줘야 할 것은 '미래'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이분법적 이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도층의 표심도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