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지원 기업(디자인하우스) 에이직랜드가 연내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일본 현지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설계지원 사업을 해외로 넓혀 2029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에이직랜드는 TSMC와 협력 중인 국내 유일 디자인하우스 회사다.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는 “미국과 일본에 신규 공장(팹)을 건설 중인 TSMC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생산 물량은 물론 현지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설계지원 수요를 확보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에이직랜드 고객사는 대부분 국내 기업이다. TSMC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사용하는 한국 팹리스를 에이직랜드가 돕고 있다. 회사는 세계 팹리스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려는 수요를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TSMC 파트너가 아닌 현지 디자인하우스와 손잡고 신규 고객사를 유치한다. 현재 복수의 일본 디자인하우스와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TSMC가 일본 소니·덴소와 협력해 건설 중인 구마모토 공장의 양산 수요 등 현지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건 이례적이다. 협력사인 TSMC가 미국·일본에 진출하는 영향이 크지만 기술력과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에이직랜드는 2019년 TSMC 파트너(VCA)로 선정된 이후 5나노(㎚)부터 180나노까지 대다수 공정 설계를 지원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다른 파트너사들과 달리 반도체 설계·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생산 전체 과정을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Arm의 파트너인 점, 또 시스템온칩(SoC) 자동화 설계 플랫폼 등을 구축해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직랜드는 코스닥 상장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회사는 2021년 매출 422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 656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기록했다.
이종민 대표는 “미국에서 TSMC VCA 8개사 중 3곳이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에이직랜드는 다른 디자인하우스가 마진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프론트엔드 영역을 포함한 전체 반도체 설계지원이 가능하다는 강점으로 현지 경쟁에 임할 계획”이라며 “수요가 높은 AI반도체 관련 설계도면 완성에 이어 TSMC 양산까지 진행한 경험 역시 후발주자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