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자 마자 원자재 가격 급등과 부동산 시장 위축이 맞물리면서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업계는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허리띠를 동여 매고 있다. 사업 투자 계획은 유예하는 한편 제품 가격 인상, 대표 교체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하반기 업황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이같은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는 2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동반 적자다. 업계 1·2위를 지키고 있는 한샘과 현대리바트 컨센서스는 각각 영업손실 78억원, 30억원이다. 한샘의 경우 4개 분기 연속 매출·영업이익 동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부진의 원인은 수요 감소가 가장 크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거래량은 93만3347건으로 지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엔데믹 전환에 따른 야외 활동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하반기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2020~2021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구 소비에 지갑을 닫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는 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한샘은 수장을 교체한다. 한샘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김유진 오퍼레이션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그는 1981년생으로 할리스와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역임하며 체질 개선 작업에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였다. 다만 에이블씨엔씨 재임 2년 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이력이 부각되며 한샘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월 1일 정식 취임 예정인 김 신임 대표는 지난주 일찌감치 회사에 출근해 현안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리바트는 가격 인상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이달부터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가구 상품 전반에 걸쳐 가격을 순차적으로 최대 5% 인상하고 있다. 지난해 세 차례, 올해 초에도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인상은 온라인 전용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프라인 대리점 가격과 온라인 몰 가격 차이를 줄이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반기 중 마루·건자재 등 오프라인 상품군 추가 인상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케아코리아와 신세계까사는 투자 계획을 유예하고 있다. 이케아는 대구점 용지 매매 계약을 1년 넘게 미루고 있다. 당초 지난해 7월 대구시와 투자 협약을 맺을 당시 2025년 상반기 개점을 목표했지만 계획을 수정한 모양새다. 이케아는 지난해 충남 계룡점 오픈도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 진출 이후 8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까사는 대형 매장 출점 계획을 중단했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만큼 대규모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판단이다. 대신 수면 가구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 등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힘을 쏟고 있다.
침대업계도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1위 에이스침대는 지난 5월부터 전 직원 초과근무 수당을 줄이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침대업계 비수기인 여름 시즌 생산량을 줄여 탄력적으로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시몬스는 연초부터 안정호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이 연봉 20%를 자진 삭감했다. 일부 업체는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가구 소비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쏠린 측면도 있다”며 “하반기 사업 효율화, 프리미엄 전략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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