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하며 정국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개각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여야가 다시 충돌할 듯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특보 지명을 강하게 비판하며 총력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명 강행하면 엄중한 국민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이 특보를 지명했다. 이른바 이명박(MB)계 핵심 관계자였던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대변인과 이명박 정부 초대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거쳤다. 이 후보자는 당시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이 후보자 임명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고용노동부 장관까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수해 뒷북 대응 등으로 인해 민심이 돌아선 상황에서 이를 탈출하기 위해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후보자의 임명이 사실상 신호탄이라는 의미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 후보자 지명은 윤 정권의 방송 파괴를 알리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이 후보자는 MB 때 공작 정치로 공영방송을 파괴한 전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사찰 수준으로 언론사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방송장악 시도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 후보자의 방송장악 시도, 범죄 혐의 등이 철저하게 밝혀지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들의 학교폭력과 이를 은폐한 의혹 등도 해명이 안 됐는데 부인이 인사청탁을 시도 받은 정황이 법원 판결문으로 나온다”면서 “이 후보자는 어떠한 공직도 맡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결국 여야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과 이에 대한 무마 시도 의혹, 방송 장악 시도 전력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정의당 등 다른 야당도 이 후보자 지명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야권 연대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이 위원장을 견제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결국 장제원 과방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의 갈등으로 공전 중인 과방위는 이 위원장 임명으로 인해 현재의 개점휴업 상태가 사실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사무총장은 “다수의 국민과 언론인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지명 절차를 강행한다면 윤 정권이 크게 국민적 저항을 안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고집을 피운다면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