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들의 해외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규제와 더불어 한국시장 내 경쟁 심화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무대로 눈을 돌린다.
동남아는 국내 비교해 금융 접근성이 낮거나 서비스 이용이 많지 않아 국내 여전사에게 기회가 많다. 특히 카드사와 캐피탈사 동남아 진출이 활발하다.
최근 고금리 여파와 더불어 국내 시장에 부진을 겪는 여전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직접 해외법인을 차리는가 하면 현지에 직접 사무소를 두고 진출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국내 여전사 “韓 시장 너무 좁다…해외로”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 지원센터에 따르면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와 현대·KB캐피탈 등 주요 여전사는 총 36개 법인과 사무소, 지점 형태로 해외에 진출했다. 특히 국내 여전사가 대거 진출한 지역은 동남아다.
우선 KB국민카드는 이창권 사장 주도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신사업 고도화로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토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KB국민카드는 2018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2020년 인도네시아, 2021년 태국 등에 순차 진출하면서 해외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PMI(인수 후 통합) 전략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인수한 캄보디아 리스사 아이파이낸스리싱도 인수해 할부금융 시장에 이어 리스 시장까지 사엽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동남아 시장 진출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에 4개 현지법인, 1개 사무소를 차렸다. 신한카드는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를 인수해 2019년 신한 베트남 파이낸셜 컴퍼니를 출범했고,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이커머스 기업인 '티키(Tiki)'에 신한은행과 함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8월에는 신용카드 사업까지 진출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구글, 애플과 연동한 가상 형태로 카드를 출시해 베트남 페이먼트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카드는 인도네시아 소재 할부금융사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 주식 84.51%를 취득해 우리카드 최초 해외인수 법인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를 출범했고, 롯데카드도 라이선스를 보유한 재무 건전성이 좋은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비씨카드는 프로세싱 역량을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 국영 결제 중계망 사업자 '내셔널 인터뱅크 프로세싱 센터(NIPC)'와 국가 간 결제 인프라 구축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캐피탈사들은 동남아는 물론 세계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KB캐피탈은 라오스 한국계 자동차 딜러사인 LVMC그룹(옛 코라오그룹)을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 인니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동남아를 넘어 세계로 영업구역을 확대 중이다. 실제 현대캐피탈은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중국, 독일에 진출했고 이어 캐나다와 브라질로 영역을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2021년에는 이탈리아에, 2022년에는 프랑스에도 K-금융 깃발을 꽂았다. 이 같은 성과로 현대캐피탈은 2019년 40조원이던 자산은 지난해 65조원까지 확대했으며, 올해 2월에는 '현대캐피탈 미국'과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이 함께 새로운 전기차 구독서비스도 출시하면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진출 이유…“금융 접근성 낮아 기회 크다”
여전사들의 해외 진출은 국내와 달리 아직은 금융 접근성이 낮아 투자 기회가 높다는 점이 반영됐다. 특히 동남아는 여전히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현금 소비율이 높은 국가로 알려졌다. 지급결제는 물론 자동차 할부 금융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한 블루오션이다.
베트남의 경우 2014년 15세 이상 국민 30.8%만이 보유하던 은행 계좌가 2020년 70%까지 높아졌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를 내걸고 전체 결제금액에서 현금 사용률을 2025년까지 8%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0년 2억7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베트남 신용카드 할부액은 1년 만에 6억971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전자결제 등 디지털금융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도 반영됐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6개국 인터넷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자결제 등 디지털금융 수익이 2025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들 6개국 성인 인구 4억명 중 금융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비중은 75%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핀테크, 지급결제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나머지 25%도 은행계좌는 있으나 대출, 투자 및 보험 등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 시도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주도, 여전사 해외진출 확대될 듯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주도로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을 도우면서 여전사들의 국외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여전사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카드·캐피탈 등 여전사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권 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해외진출 모색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금융당국은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국내 여전사들이 결제 시스템 제공과 자금 공급 역할이 상당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원 확대 및 다양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사들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요청과 더불어 해외투자를 위한 국내 금융당국 보고·공시 등 관련 규제 간소화, 해외 현지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개선 논의 지원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국내 여전사들의 신흥국 진출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가진 역량이 해외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국내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여전사들이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다양한 규제 완화에 착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