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만 계속 해왔던 것, 택록과 저의 공통점”
“김택록-최도형의 첨예조우 장면, 가장 또렷해”
“김택록, 최만리·진양철 등과 다른 어려움…현장신뢰 속 편하게 했다”
“근사한 형사 택록, 이젠 즐거운 것도 해봤으면”
“택록의 모습은 어디에나 있을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에 대한 숭고한 표현” 배우 이성민이 자신이 활약한 '형사록' 김택록을 이같이 평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작품애착을 드러냈다.
31일 서울 종로구 커피 팩토리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형사록' 시즌2를 마무리한 배우 이성민과 만났다. '형사록 시즌2'는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강력계 형사 김택록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다.
이성민은 시즌을 잇는 메인 롤 김택록을 맡아 활약했다. 사건 중심의 직전 시즌과 달리, 인간적인 갈등과 직접적인 원인을 마주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성민표 김택록의 모습은 '골든타임', '미생', '기억' 등 대표작과 직전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 등으로 이어지는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 속 또 다른 획이 됐다.
이성민은 인터뷰 동안 열정적이면서도 유쾌한 모습으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접근은 물론 숨쉬듯 연기하는 배우로서 노력하는 지점들을 이야기했다.
◇이성민, “대본 원제는 '늙은 형사', 캐릭터 설정·액션 모두 특별”
'형사록'은 사건의 극적 상승하강 구도 못지 않게, 주인공 택록을 기준으로 산 형사들의 서사가 백미로 꼽혔다. 특히 시즌2는 사건중심의 직전 시즌 힌트들을 회수하는 과정과 캐릭터 간 대립구도를 붙여서 더욱 현실적인 형사의 면모를 가늠케 했다.
이성민은 “대본 원제가 '늙은 형사'로, 자신의 과거 과오들을 다시 끄집어 내는 내용으로, 자기가 만들었던 조직에서 비롯된 범죄를 돌이킨다는 지점이 신선했다”라며 “포스터 속에서도 묘사되듯, 끊임없이 메모하고 보관하며 자책하는 성격과 함께 과거 일로 인한 병까지 설정 자체가 특이하고 매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성민은 “시즌1에서는 정말 많이 뛰었고, 마지막 장면 역시 롱테이크 구도로 엄청 빨리 뛸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부분들까지 김택록의 서사와 숙명을 묘사한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성민, “한 가지 일만 계속 해왔던 것, 택록과 저의 공통점”
이성민 표 '형사록' 택록은 소위 '믿고 보는 배우'의 연기라는 차원을 넘어, 동일시에 가까운 관점마저 느껴질만큼 깊게 와닿았다. 분야적으로는 다르지만, '한우물' 격의 본분충실 면모는 택록과 이성민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듯한 인상을 주며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줬다.
이성민은 “택록 캐릭터와 나이도 비슷하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 닮았다. 최근 딸이 여행가자고 하는 말에 비로소 휴가철임을 떠올렸던 것처럼 일만 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해볼 기회를 놓친 게 아닐까 싶은 지점도 이해된다”라고 말했다.
또 이성민은 “첫 경찰역을 했던 '체포왕' 당시 실제 경찰분들과 만나서 얘기를 들었을 때, 가족들에 대한 복수로 인해 삶이 고단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고시원에 살면서도 그 일을 놓지 못하는 택록은 어디에나 있을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에 대한 숭고한 표현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성민, “김택록-최도형의 첨예조우 장면, 가장 또렷해”
'형사록' 전 시즌을 아우르며, 캐릭터 이상의 무게있는 감동을 전한 이성민. 그는 OTT 특유의 '전체공개 이후 정주행' 패턴을 토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임팩트 지점을 떠올리며, 작품의 추억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성민은 “강당에서 무기를 돌리는 장면이나, 여청계 사무실에서 연주현(김신록 분)이 경찰들과 매복하고, 수진-학주 이동하면서 서장과 눈 마주치는 신 등 다양한 장면이 인상깊다. 특히 저와 최도형(정진영 분)이 고시원 식당에서 첨예하게 조우하는 장면은 어려우면서도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성민은 “형사록 전 시즌에서 제일 나빠 보이는 건 한기용 팀장(김민재 분) 아닐까 싶다(웃음). 사실 와일드카드로 정의를 심판하는 지점에서 야망을 표출했던 최도형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조율했던 검사가 가장 악자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모습을 주진모 선배가 정말 잘 표현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성민, “김택록, 최만리·진양철 등과 다른 어려움…현장신뢰 속 편하게 했다”
한때 이성민은 2016년 대하드라마 '대왕세종' 속 최만리 역을 가장 어려웠던 연기로 꼽은 적이 있다. 최근 연이어 선보인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과 이번 '형사록' 시즌2의 김택록은 그에게 어떠한 난이도로 비쳐졌을까?
이성민은 각 작품 속 어려움의 포인트들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하며, '형사록' 택록을 되짚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갖게 해준 현장에 대한 감사함을 새롭게 되새겼다.
이성민은 “대왕세종 최만리는 논리적인 싸움에서 이미 잘못된 걸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합리적인 명분이 있는 듯한 설명으로 논쟁을 표현해야할까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직전에 공개된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역 역시 동일한 선상에 있다. 이번 '형사록'은 그러한 지점에서는 어려움이 없었고, 작품 자체에 몰입해있을 수 있는 드라마였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에는 현장에서 내 연기를 평가받는 듯 부담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영화 '공작'에서 윤종빈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 감독과 스태프, 동료배우까지 모두 '내 배우, 내 작품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신뢰를 갖게 되다보니 요즘은 옛날보다 스트레스는 없다. 이번 형사록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이성민, “근사한 형사 '택록', 이젠 즐거운 것도 해봤으면”
마지막으로 이성민은 '형사록' 택록을 '근사한 형사'로 간직하며, 더욱 다양하고 좋은 캐릭터로 스스로를 채워나가고 싶다며 '천생 배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성민은 “거듭 선굵은 연기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현장에서 건강해지고 즐겁게 돌아올 수 있는 색다른 캐릭터도 해봤으면 좋겠다(웃음)”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연기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80 넘은 로버트 드니로가 꾸준히 연기하듯, 늘 새로운 사람과 대본, 캐릭터를 만나며 점점 채워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좋은 작품과 근사한 캐릭터를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