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 천연 항생물질 모방 항생제 개발…세균과의 전쟁 '新무기' 구현

KBSI가 개발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의 항균 효과 모식도
KBSI가 개발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의 항균 효과 모식도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버그'가 출현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다제 내성균에 강한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해 새 항생제를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양성광)은 방정규 바이오융합연구부 박사팀이 조선대(총장 민영돈) 신송엽 의대 교수팀과 항균 펩타이드 양친매성을 모방한 새로운 저분자 화합물 합성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개발 화합물은 내성균에 강한 활성을 보이며 독성이 적고 효소에 안정적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존 합성 항생제를 대체할 차세대 신약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나타난 슈퍼버그는 인간 수명을 다시 단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항생제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반면, 내성균은 빨리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이 합성 항생제 대신 자연 항생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를 원료로 천연 항생제를 만들고 있다. 다만 독성, 짧은 반감기, 고비용 등 문제로 인간에 직접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개발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데옥시티미딘을 몸체로, 두 개 구아니딘 또는 아민 그룹을 연결해 양이온성(친수성)을 띠게 하고 두 개 아다만틴 작용기를 연결해 소수성을 띠게 한 것이다. 항균 펩타이드와 동일한 양친매성 구조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이는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에 강력한 항균력을 나타냈으며, 단백질 분해 효소와 혈청에 대해서도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또 700~800달톤(Da·질량단위) 정도 분자량을 가져 제조 과정이 간단하다. 복잡한 개발 공정, 고비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세균 생산 생물막 형성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항생물막 활성'도 가져 항생물막제로 응용이 가능하다. 기존 항생제와 병행 치료시 항균활성이 상승해 항생보조제로도 쓸 수 있다.

방정규 박사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