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미국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 '아마존 클리닉' 사업을 시작했다. 축농증, 알레르기, 여드름, 탈모, 편두통 등 경증 질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온라인 약국을 포함해 모든 약국에서 처방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달 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난다. 대부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사업 중단 기로에 섰다. 모빌리티 분야 '타다'에 이어 또 하나의 혁신 신서비스가 제도와 기득권 장벽에 막혀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다.
2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중단되고, 남은 일부 서비스도 사업전환(피봇)을 준비 중이다.
현재 시범사업 방안에 따르면 초진 환자는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약 배송도 안 된다. 초진 환자의 이용을 허가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미 대다수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벤처캐피털(VC) 등 외부 투자유치에 성공해 여력이 남아 있는 일부 기업만이 시범사업 기간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마저 생존을 위해 피봇을 준비 중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 이용은 어려워지고, 전화상담 같은 기존 형태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혁신의 퇴보다.
실제로 룰루메딕, 메듭, 썰즈, 파닥, 체킷, 바로필, MO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용자 규모가 대폭 줄어도 서비스 유지보수료, CS 대응 등 쏟아야 하는 시간과 비용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시범사업 안을 바꾸지 않는 이상 내달부터 비대면 진료 서비스 진행이 힘들 것 같다”면서 “계도기간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시범사업 이후에는 처벌을 받으니까 먼저 서비스를 중단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최소화될 것 같아 피봇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플랫폼 업체 나만의닥터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헬스케어나 메디컬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대상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토스처럼 한 명이 쓸 수 있는 유틸리티 기능을 다양하게 넣어 이용자를 붙잡으려 한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플랫폼사들의 연이은 서비스 종료를 지켜보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초·재진 대결 구도로 몰고가지 말라'며 플랫폼 업체에 경고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원활하지 않다. 6월 자문단 회의 출범 후 7월에는 회의가 단 한번 열리는데 그쳤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회의라도 주기적으로 열어야 소통이 되는데, 복지부가 필요하면 부르고 당일까지도 논의 주제가 무엇인지 공지하지 않는다”면서 “갑작스레 회의를 소집하다 보니 필요한 데이터도 준비하지 못한 채 자문단 회의에 참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가 구축한 처방전달시스템(PPDS)과 플랫폼간 연계도 요원한 상황이다. 약 배송이 막히면서 플랫폼사들이 PPDS와 연계할 이유가 크게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굿닥만 연계돼 있다. 굿닥은 비대면 진료 처방전 전송을 약사회 처방전달시스템으로 전달한다. 전달시스템 가입 약국이 1만3000여곳인데, 하루 평균 10여건의 비대면 처방전만 이 시스템을 이용해 약국에 전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에 처방전을 PPDS로 보내주는 것은 팩스로 보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면서 “약 배송 문제가 풀려야 플랫폼사들이 PPDS 사용할 동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아마존 클리닉, 美 전역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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