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정기는 비철금속 제련 설비 제작에 정통한 이노비즈기업이다. 1979년 창업한 회사는 고려아연에 납품하는 비철금속 제련설비를 제작하며 국내 비철금속산업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왔다.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대형 전해주조 자동화, 고압 필터프레스를 국산화한 것은 물론 직립식 교반기를 세계 최초로 제작·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꾸준한 기술 개발에 따른 성과로 지난 2020년에는 무역의날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일정기 생산 설비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비철금속 제련 분야 전반의 설비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사인 고려아연과 다년간의 협력 끝에 이룬 성과다. 업력 40년을 넘긴 비철금속 제련 분야 강소 소재·부품·장비기업이다.
세일정기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설비는 초대형 교반기다. 2016년에 직립식 350㎥ 고온·고압반응용 교반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 이병주 세일정기 대표의 자랑거리다. 고려아연과 공동개발로 탄생한 이 설비는 호주에 60억원 규모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교반기는 액체와 액체, 고체와 액체 등을 섞기 위한 기구다. 아연 제련 고온·고압반응기에 쓰이는 필수 설비다. 용기 내에서 고온·고압이 작용하는 만큼 다른 어느 경쟁업체도 세일정기 교반기처럼 대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작 어려움 등으로 인해 대부분 교반기는 직립방식이 아닌 가로로 누운 방식을 사용한다.
이병주 대표는 “교반기 내부에 설치된 샤프트를 통해 고온·고압 상태에서 대용량을 균질하게 섞는 것이 세일정기 교반기 최대 강점”이라면서 “균질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것은 물론 단번에 대규모 작업이 가능한 만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일정기가 국산화에 성공한 설비는 교반기 뿐만 아니다. 앞서 2004년에는 일본 장비가 대부분이던 필터프레스 역시 국산화했다. 필터프레스는 고압으로 슬러리를 압착해 수분 양을 줄여주는 설비다. 여과기, 탈수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필터프레스는 비철금속 제련 분야 외에도 다양한 산업 영역에 쓰인다. 개별 장비 제작 뿐만 아니라 각 설비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 역시 세일정기가 갖춘 역량이다.
세일정기의 국산화 경험과 지난 40여년간 쌓아온 높은 기술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직립식 교반기 기술을 토대로 새롭게 떠오르는 이차전지 재활용시장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용후 배터리의 자원재활용 공정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일정기 목표는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필수 설비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내부에서 파쇄부터 전처리 등 전체 공정을 일체화하는 게 목표다. 이차전지 재활용을 위해서는 계속되는 화학 반응과 침출 등 전처리 공정이 필수인 만큼 공정 핵심 설비인 교반기와 필터프레스 생산 역량을 갖춘 세일정기가 직접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따른 희소금속 재활용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새로운 도약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이병주 세일정기 대표 인터뷰
-장비 국산화에 나서게 된 계기는
▲자동차 부품 회사로 창업해 다음에는 기계 설비 제작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일본기업으로부터 기술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 나갔다. 그때 큰 도움이 된 것이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 측에서 먼저 공장에 들어갈 설비를 필요로 했는데 고려아연이 고민하던 문제점을 해결한 설비를 선보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설비 2대만 요구하던 것이 성과를 본 이후에는 여섯대까지 늘어나면서 신뢰를 확보했다. 그렇게 차차 설비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일정기 교반기 기술력은
▲일반 교반기는 어려운 설비가 아니다. 하지만 고온과 고압이 적용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비철금속 제련 공정에는 고온·고압 설비가 필수다. 다른 회사는 어려워 하는 문제를 풀었다. 교반기 안으로 다양한 광석이 들어가면 그것들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온·고압이 자연히 수반된다. 교반기 내부에서 데드스페이스가 생기지 않도록 잘 섞어주고,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내고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 교반기 핵심 기술은 고려아연과 함께 개발했다. 교반기 내부 용매가 잘 섞이도록 회전시키는 샤프트가 세일정기 핵심 기술이다. 효율이 좋을수록 각종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신규 사업에 나서게 된 계기는
▲비철제련에 적용되는 교반기나 필터프레스 모두 이차전지 재활용 필수 설비가 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주문 없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은 모든 중소기업의 목표다. 더욱이 세일정기는 이차전지 재활용 분야 진출을 위한 필수 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핵심 기술력을 갖췄다. 이차전지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세일정기 역시 큰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회사 운영 과정에서 기억이 남는 경험이 있다면
▲과거 언제인가 일본 협력업체에서 편지를 하나 써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괜찮다”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기술은 '괜찮은' 정도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확실하게 만들어서 확실한 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일본이 괜히 품질 관리가 우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기억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