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으로 대화형 인공지능(AI)가 화두다. 어떤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시장에선 금융업을 손꼽는다. 금융업은 핀테크에 의해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데이터도 정형화·표준화돼 AI가 작동하기 좋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KB, 신한, 하나은행 등을 중심으로 챗GPT 활용을 본격 화하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선 어떤 분야에서 챗GPT 등을 활용하고 있을까. 조사에 따르면, 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며, 다음이 방대한 기업분석이 필요한 증권, 보험 순이라는 평가다. 적용단계로 보면 실무에서 이용하고 있는 분야로는 챗봇을 통한 고객서비스, 복잡한 재무 및 행정업무 효율화, 영업 위험을 체크하는 리스크관리 분야, 실무적용 이전의 PoC(기초 검토)에선 컴플라이언스를 위한 고객실사(CDD), 본인인증(KYC), 의심거래탐지 등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컴플라이언스는 개인정보와 관련돼 있어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구체적 사례로 어떤 금융회사들이 대표적일까.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챗GPT 개발 때부터 오픈 AI와 업무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모건스탠리'를 꼽는다. 모건스탠리는 마케팅, 산업분석, 투자전략 등 수십만 페이지(PDF형식)에 달하는 사내 축적자료를 오픈 AI의 최신버전 GPT4로 처리·분석해 자산운용 어드바이저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업무효율화 목적으론 절차나 계약서 등이 복잡한 보험사도 뛰어들고 있다. 대표사례는 스위스의 쮜리히 보험'이다. 대화형 AI를 통해 보험청구내용 설명을 포함한 대량의 보험금청구데이터로부터 손해요인 등 필요정보만 핀포인트 식으로 집어내는 방식이다.
기초검사단계지만, 관심을 끄는 사례도 있다. 호주의 '웨스트팩' 은행이 AI스타트업(Kasisto)가 개발한 세계 최초 은행 특화 대화형 챗봇인 'KAI-GPT' 활용사례다. 또, 영국 슈로더금융그룹이 대화형 AI를 통해 부정거래심사, 부적절한 투자나 보험권유 등을 찾아내는 사례도 눈에 띤다.
선진국에선 민간 금융회사 이외에 금융당국도 챗GPT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통화청(MAS)이 관심 대상이다. MAS는 '구글 클라우드'와 대화형 AI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다양한 금융감독 분야에서 PoC와 실용 앱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진 금융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AI 활용이었다. 그럼 AI 활용을 넘어 금융사 수익모델을 완전히 바꾸거나 대체할 가능성은 없을까. 대화형 AI가 더욱 업그레이드되면 자금 수급 매칭에 있어 P2P 같은 직접금융 플랫폼이 은행 대출을 대체하거나 로보어드바이저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대체, IB(투자은행) 없는 M&A 등도 가능할 거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물론 이러한 수익모델적 접근 이외에 챗GPT 때문에 위험해지는 요소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그럴듯한 대답'에 속을 가능성,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또는 비밀정보 유출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세계인이 열광해 문답을 많이할수록 이들 첨단 AI들은 똑똑해지고 그만큼 금융활용도 많아질 것인 만큼, 좌고우면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선점자 이익(First-Mover Advantage) 전략을 선택함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