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이 지난해 고금리로 확보했던 자금이 감소해 금리를 끌어올리는 사이 은행 역시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 자금을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다. 이미 한 달 만에 10조원 이상 은행 정기예금이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수신액이 지난해 6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제1·2금융권 간 고금리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다올·OK·JT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끌어올렸다. 다올저축은행이 최근 연 4.2%로 종전 대비 0.3%포인트(P) 인상했고, OK저축은행은 'OK읏통장(OK e-읏통장 포함)' 등을 비롯한 예금 금리를 0.5%P 올렸다. JT저축은행이 6개월 정기예금에 최대 연 4.3%를,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연 4.2% 금리를 제공하는 '9개월 회전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금리경쟁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금융업권 고금리 경쟁으로 유입된 수신액이 최근 빠르게 이탈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은행들이 14년 만에 연 5%대 금리상품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도 연 7% 수준까지 금리를 올렸다.
이 여파로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121조3572억원, 12월 말 120조2384억원, 올해 1월 말 120조7854억원 등 120조원을 웃돌다가 2월 말 118조9529억원, 3월 말 116조431억원, 4월 말 114조6159억원, 5월 말 114조5260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은행 금리가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기준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이 연 4.1%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이는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인 4.04%를 웃도는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금리도 3%대 후반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도 가팔라졌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32조9812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707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액이 매달 빠르게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저축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려 제1·2금융권 고금리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와 달리 수신으로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수신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여력이 줄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신액 규모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자금을 대거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저축은행업계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여력이 있는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리 경쟁이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