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 색상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용 3차원(3D) 회절격자를 개발했다. 순식간에 바뀌는 카멜레온 피부색이나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색까지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김남균, 이하 전기연)은 표재연 스마트3D프린팅 연구팀이 나노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빛의 경로를 제어할 수 있는 3D 회절격자 구현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회절'은 빛이 장애물을 만나 휘어져 나가거나 구멍(틈)을 통과해 넓게 퍼져나가는 현상이다. 회절에 의해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하면서 나타나는 색을 '구조색'이라 한다. 카멜레온은 피부 미세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원하는 구조색을 띠고, 공작새는 깃털 내부 미세 구조의 특징적인 배열로 아름다운 구조색을 만든다.
파장이 머리카락 두께 1000분의 1 수준인 빛의 회절을 제어하려면 미세 회절격자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회절격자는 빛의 회절을 제어할 목적으로 내부에 평행선 등 미세 구조를 규칙적으로 배열한 장치다. 여기에 빛을 비추면 파장에 따라 빛이 다른 경로로 반사돼 구조색이나 스펙트럼이 발생한다. 별도의 염료 없이 자연의 아름다운 구조색을 정밀하게 표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수평 인쇄(Lateral Printing)'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고밀도 나노선 회절격자를 구현했다. 프린터 노즐을 바느질하듯 움직여 다리(bridge) 모양(﹇)의 회절격자를 여러 줄 프린팅하는 방식이다.
회절격자는 스마트 창문·거울, 자동차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투명 디스플레이나 증강현실(AR) 장치 등 첨단 디스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다. 회절격자를 변형하면 다른 색상이 발현되는 원리를 이용해 변형 감지가 필요한 기계공학, 생의학 분야에도 응용 가능하다.
표재연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나 형태 제약 없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구조색을 표출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3D프린팅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며 “정형화된 디스플레이 장치의 한계를 넘어 형태 다변화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연은 수요 기업을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회 발행 'ACS Nano'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