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기업의 선두 탈환은 어렵다. 기술력, 자금력,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선발 기업보다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직 누구도 진출하지 못한, 신시장의 경우 선점이 곧 1등 도약의 발판이 된다.
전 세계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2나노(㎚) 반도체 상용화가 그렇다.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인텔에 이어 일본 라피더스까지 2나노 반도체 개발에 참전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양산으로 1위 TSMC와 진검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새로운 반도체 구조(GAA)를 먼저 양산한 경험을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라피더스는 “반도체 부활의 마지막 기회”라며 2나노 직행을 벼르고 있다. 반도체 원조격인 IBM의 기술을 받아 선두와의 격차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경쟁사들보다 앞선 2024년 2나노 이하를 상용화하는 동시에 자사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권 도약을 선언했다.
2나노 경쟁은 개별 기업 이슈를 넘었다. 토요타, 키옥시아, 소니 등 일본 8개 업체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다수 업체가 양산하겠다고 밝힌 2025년이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일단 국내 우호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이나 3나노 때도 시기는 앞섰을지 몰라도 생산성이 떨어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뒤처졌다.
반도체는 핵심 산업이자 국가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