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주식 트레이딩을 가장 잘 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이 사람의 투자기간별 수익, 투자내역, 투자금액을 모두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누구든 이 사람의 매매 전략을 그대로 모방해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금융회사에는 금융을 가장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모인다. 그렇다고 세계 최고 트레이더가 금융가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즐비하고, 그 이면에는 엄청난 손실 리스크도 상존한다.
소셜트레이딩 규모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소셜트레이딩이란 온라인에서 트레이딩을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의 전략과 의견을 공유하고, 거래 전략을 복제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2007년 이토로(ETORO)가 소셜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줄루트레이드(Zulu Trade) 등 많은 후발주자가 탄생했다.
소셜트레이딩 대표 사례로 '카피트레이딩'을 꼽지만, 소셜트레이딩에는 다양한 부가기능이 포함된다. 전문 트레이더의 거래를 카피함으로써 어떤 시점에 어떤 종목을 매수하고 매도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왜 들어갔는지에 대한 의견을 플랫폼에서 나눌 수 있다.
또한 나의 투자성향에 맞추어 직접 전문가를 고를 수 있다. 내가 선택해야 하므로 더 없이 신중하고, 꼼꼼하게 볼 수 있으며, 전문가를 여러명 두는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이는 투자의 민주화이자 개인 투자자에게도 전문가 수준의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소셜트레이딩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카피트레이딩이 투자일임에 해당되고, 비전문가로 인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유사투자자문업은 인정을 해 준다. 유사투자자문업(주식리딩방)으로 인한 피해가 끊임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합리한 처사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로 '모방' 기술이 꼽힌다. 모방 이라는 단어에 나쁜 의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투자시장에서도 모방은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밑걸음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소셜트레이딩 플랫폼을 허가하고, 플랫폼에서 카피트레이딩이 허용된다면 투자자는 전문트레이더를 오픈마켓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투자시장이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것이다.
분명 모든 변화에는 진통이 있고 부작용이 존재한다. 하지만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규제로만 대응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투자자를 진정으로 보호하고자 한다면 정보를 블록체인화해서 모든 정보를 정정당당히 오픈하고, 금융시장에서 모든 투자자들이 공정한기회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소셜트레이딩이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법제화 되길 바란다.
하상성 지라프에이아이랩스코리아 대표 roy.ha@giraffe-a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