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과학기술 현안 대응과 정책 마련을 위한 '과학기술특별위원회(과기특위)'를 출범시키며 '연구개발(R&D) 카르텔' 혁파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첫 회의 이후 카르텔의 구체적인 실체는 설명하지 못했고, 이를 '비효율'로 해명하는 등 좌충우돌한 모습을 보였다. 위원회 전면에 과학기술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치적인 용어를 사용해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우성 국민의힘 과기특위 위원장은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우주항공청은 정쟁에 발목을 붙잡혔고 R&D 연구비는 카르텔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과학기술은 정치권의 힘겨루기 대상이 아니다. 과학기술만 생각하며 미래를 만들어갈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R&D 예산이 특정 카르텔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특위는 회의 후 질의응답에서 'R&D 카르텔'의 실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지극히 정치적인 표현을 사용해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 위원장은 “카르텔이라는 용어가 실체 없이 쓰이고 있어서 폐해가 크다”면서 “카르텔보다 비효율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용어”라고 한발 물러섰다. 결국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실체 없이 쓴다'고 인지했으면서도 정 위원장은 이를 가져다가 사용한 셈이 됐다.
이후 정 위원장은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카르텔의 실체는 비효율”이라면서 “비효율이 한 가지로만 생기지 않는다. 급히 해소해야 하는 지점이 어딘지 중점적으로 찾아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그는 “부처마다 관리하는 연구관리기관이 있다. 이들이 난립하면서 제대로 된 기획이나 평가가 이뤄졌는지, 난립하는 기관이 적합한 시스템인지 등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특위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이나 고준위 방폐장 문제 등은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과기특위는 해당 이슈는 이미 법안이 제출돼 있거나 관련 특위가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대신 △산업·과학기술 R&D 제도 재설계 △과학기술 기반 생활밀착형 정책 마련 등이 목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특위의 첫 번째 정책과 정확한 활동 방향은 2차 회의에서 논의 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의원은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에 포함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 과학기술이 경제·안보·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성장동력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실성 없는 주제나 공허한 논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우주항공청 추진 등 12대 국가전략기술과 화학 및 산업계 전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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