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심사를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지급한 각종 현금성 지원에 대한 청구서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국회 결산 과정에서 당시 집행된 예산에 대한 분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다. 팬데믹 기간 확장기조를 계속하며 불거진 기금의 재정 문제 해결부터 재난지원금 초과지급액에 대한 환수계획 수립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쌓이고 있다.
8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급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인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에 대한 초과지급액 환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연내 환수를 개시하는 것이 목표다.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은 이른바 1·2차 재난지원금으로 불린다. 2020년 9월부터 총 7차례에 걸쳐 지급된 각종 재난지원금 가운데 가장 먼저 지급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2 회계년도 공공기관 결산' 자료집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각각 2조7843억원, 4조2038억원을 집행했다.
두 종류 재난지원금은 여타 지원금과 달리 특별피해업종에게는 매출감소와 무관하게, 일반업종에게는 매출이 감소한 업체에 한해 100만원을 지급했다.
다만 매출감소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에게는 매출 감소 확인 없이 자금을 지급했다.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다. 추후 매출 증가가 확인될 경우 환수한다는 원칙으로 예산을 집행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급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만큼 저항이 클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와 상환 규모와 상환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전면적인 지출 재구조화로 재정 여건을 위기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것을 내년 예산 편성 목표로 잡고 있다. 중기부가 뒤늦게 재난지원금에 대한 환수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도 마찬가지 지적 때문이다.
문제는 재난지원금뿐만 아니다.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지급된 손실보상 역시 전체 환수 대상과 금액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결제액 정산 과정에서 매출액이 수정되는 것은 물론 행정자료가 수정되는 각종 사례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청지연이나 행정쟁송 등 손실보상에 대한 이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역시 실무진 업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자연스레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 재원으로 쓰인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건전성도 크게 나빠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늘어난 현금성 지원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소진기금의 부채비율은 136.2%까지 급증했다. 순부채액만도 5조2046억원에 이른다. 기금 운용수익을 늘리고 채권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는 재정건전성 확보가 쉽지 않은 규모다.
신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부처 입장에서도 그간 쌓인 부채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기금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입금을 늘릴 경우 여타 다른 혁신 사업에 쓰일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등 여타 신규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무를 담당할 일선 기관 역시도 한정된 인력과 재원으로 신사업까지 대응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처 관계자는 “위기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융자 지원 등에서는 여전히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대위변제율이 지속 증가되는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충분히 살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