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적층 300단이 넘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 300단 이상 낸드는 업계 처음 등장한 것으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가장 앞선 기술을 선보여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콘퍼런스에서 321단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 샘플을 공개했다.
올해 3월 반도체 학회에서 개발 성과를 알린 데 이어 이번에는 시제품까지 공개한 것으로, 회사는 2025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업계에서 300단 이상 낸드를 발표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개발 사실을 공개했거나 양산한다고 밝힌 낸드플래시는 200단대가 가장 높았다.
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이기 때문에 저장공간(용량)이 중요하다. 이에 적층 기술이 등장했다. 단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적층은 단순히 쌓는 것 외에 신호가 통할 수 있도록 구멍(홀)을 뚫어 수직으로 연결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돼 얼마나 많은 적층을 할 수 있느냐가 곧 차별화된 경쟁력이 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월 238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현존 최고층 낸드다. 회사가 2025년 상반기 321단 낸드 양산에 성공하면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3위)인데, 기술력으로 추월할 기세다.
낸드플래시 1위 삼성전자는 2030년 1000단 V낸드 개발 계획을 밝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기술경쟁도 관심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HBM 메모리에서도 12단 적층 제품을 먼저 선보이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샘플 공개한 321단 1Tb TLC 낸드는 이전 세대인 238단 512Gb 대비 생산성이 59% 높아졌다. 칩 1개로 더 큰 용량을 구현, 웨이퍼 1장당 낸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회사는 생산성과 성능 강화로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은 “낸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