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사업장(쉐보레),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지난달 내수 합산 판매량이 1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9일 완성차 업계 7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13만6032대로 작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가운데 중견 3사 합산 실적은 9891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합산 판매량(1만1325대)보다도 적은 수치다.
3사의 월간 판매 1만대 벽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까지는 GM 단일 판매량만 1만대를 웃돌았다.
중견 3사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세다. 지난해 7월 두 자릿수(10.1%)를 유지했던 3사 합산 시장 점유율은 올해 7월 7.3%까지 줄었다. 현대차(5만7503대)와 기아(4만7500대) 합산 시장 점유율은 77.2%에 달했다.
업체별로 GM 한국사업장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차를 내놓으며 작년 동기 대비 0.6% 늘어난 4000대(4143대)를 판매했다. GM은 2017년까지 월 1만대 내수 규모를 유지했으나 이듬해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내수 판매가 계속 하락하며 월평균 4000~5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KG모빌리티 내수 판매는 4043대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33.7% 감소했다. 올해 상품성 변경 모델을 제외한 신차 부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모델 노후화를 겪는 르노코리아차는 1705대에 머물며 59.5% 하락했다.
중견 3사 월간 내수 판매량은 수입차 실적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1138대(점유율 15.5%)로 중견 3사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같은 달 판매를 8.0% 늘린 BMW(5931대)와 1.1% 줄어든 메르세데스-벤츠(5394대) 상위 두 개 브랜드 합산치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업계는 중견 3사 내수 부진에 대해 신차 부재와 모델 노후화, 전기차 등 전동화 라인업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 팔 차가 없다 보니 특정 모델에만 판매를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
GM 한국사업장의 경우 주력 효자 모델이던 스파크를 단종하면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외에 라인업을 수입차로 채우고 있다. 지난달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807대가 팔려 전월 대비 26.9% 감소했다.
KG모빌리티는 렉스턴 스포츠와 토레스에만 판매를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렉스턴 스포츠는 1459대, 토레스는 1443대에 그쳤다. 르노코리아차 역시 QM6(792대)를 제외하면 모두 판매가 저조하다.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도 늦다. 중견 3사는 내수 시장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하이브리드(HEV)나 전기(EV) 모델 라인업이 경쟁사에 크게 뒤진다. 3사 시판 라인업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동화 모델은 르노코리아차 XM3 HEV, 쉐보레 볼트 EV 등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3사가 내수 시장 신차 대응이 늦어지며 특정 브랜드에 판매가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