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에너지가 '4680(지름 46㎜·높이 80㎜)'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와인더 장비를 개발했다.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해선 와인더와 레이저 노칭기가 필요한데, 필에너지는 이들 장비를 모두 내재화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부상하는 4680 시장 선점을 노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4680 배터리용 와인더 장비를 개발하고 3분기부터 시제품을 국내외 고객사에 선보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주문을 받는 게 목표다.
4680은 기존 원통형 2170(지름 21㎜·높이 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각각 5배, 6배 개선된 제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최대 20% 늘어나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로 지목하기도 했다.
4680 배터리 생산을 위해선 레이저 노칭 공정으로 전자 이동 통로(탭)를 만든 뒤 와인딩 공정을 거쳐 원통형 배터리 내부에 젤리롤(양극·음극·분리막을 돌돌 말아놓은 소재 조합물)을 형성해야 한다. 기존 2170 배터리는 단일 탭으로 초음파 용접 공정 활용이 가능했지만, 4680은 탭 숫자가 크게 늘어 레이저 노칭이 필수적이다.
필에너지는 와인더 장비 개발을 통해 4680 배터리 장비 공급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레이저 노칭 장비는 필에너지 주력 제품 중 하나로 삼성SDI 등에 납품했지만, 와인더 장비 기술은 없었다. 그간 이차전지 업체는 와인더와 레이저 노칭 설비를 각각 별개의 장비사로부터 공급받아 4680 배터리 생산에 활용해왔다.
필에너지가 와인더와 레이저 노칭 장비 공급에 성공할 경우 국내 장비사로는 최초 사례가 된다. 일괄 공급이 가능해지면 배터리 기업으로선 거래선 이원화에 따른 공급 변수를 줄이고 생산 라인에서의 기능 개선과 유지 보수가 수월해진다. 필에너지가 와인더를 개발한 이유로, 회사는 턴키 역량을 확보해 내후년 이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4680 배터리 분야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사 다변화도 추진한다. 필에너지 주력 제품인 스태킹 장비는 삼성SDI와 공동 개발해 거래선이 단일 기업으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회사 매출의 99% 이상이 삼성SDI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와인더 장비는 이같은 제약에서 자유롭다. 유럽과 미국 등으로 영업을 전개해 거래선을 다각화, 삼성SDI 매출 비중을 낮출 계획이다.
회사는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도 늘리고 있다. 올초 임직원 숫자는 200명 초반 수준이었지만, 인재 영입을 통해 최근 250명을 넘어섰다. 필에너지는 차세대 장비 개발과 사세 확장을 위해 채용 확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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